▲소젖을 짜는 소년. 소는 무서워서 근처도 못가던 아이가 농장에서 열심히 소젖을 짜고 있다. 자연과 문화의 대단한 힘
오세진
소젖을 짜고, 새끼 양에게 우유를 주고, 닭 모이를 준다며 벌레를 맨 손으로 잡으러 다니고... 투박한 장화를 신고 진흙 농장을 누비는 아이. 누군가 했더니 내 아이다. 모래 바람 날리는 바닷가에 성큼 달려가 조개를 잡고, 밀려오는 파도를 기다리며 까르르 웃음 짓는 아이. 손발에 흙 조금 묻어도 털어내느라 바쁘고, 바닷가는 모래 때문에 근처만 서성이던 아이가 이렇게 변했다. 자연의 힘, 그리고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는 거대한 자연 놀이터다. 그 자연 에너지가 전해져 결국 많은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뉴질랜드 유치원 시간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유치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오전 시간, 또는 오후 시간을 택하거나 부분적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대부분 오후 2시~3시 사이에 아이를 찾고, 늦으면 5시 정도에 찾기도 한다. 오후 3시면 아직 해가 중천인데, 이때부터 아이랑 또 뭐 하고 놀까? 엄마의 고민은 또다시 시작된다. 이곳엔 대부분 아이들만 데리고 유학 온 엄마가 많아서 아이 잠들 때까지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 때문에 방과 후 활동의 비중이 크다.
내게 뉴질랜드, 타우랑가를 떠올리라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투영된 눈부신 바다의 모습이다. 운전하며 지나가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놀라운 곳. 더 놀라운 것은 이 안에 무궁무진한 먹거리가 있다는 사실! 사시사철 잡히는 꽂게는 달고 실하다. 빨랫줄에 꽃게망을 묶어 닭다리만 걸어 던지면 득달 같이 달려드는 꽃게들! 발에 채이고 밟힐 정도로 많은 조개. 꽃게 잡고, 조개 줍는 재미는 컴퓨터 게임과 비교불가다. 식용달팽이만한 고둥은 아이들이 잡고, 고둥무침은 엄마들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