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우리 말로 다시 쓰기④>에 이어 입음꼴 문장과 딱딱한 글말로 바꾸는 '~에 대하여'를 살펴보려고 한다. 개헌안 주요내용에서 밝히듯, '의하여'를 '따라'로 '~에 있어서'를 '~에서'로, 버릇처럼 쓰던 '~인하여'를 최대한 줄이고 이름씨꼴 글투 대신 움직씨꼴 글투로 바꾼다고 했지만 여전히 남았다.
입음꼴로 만드는 '∼에 의한/∼에 의하여'
지금 우리 헌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무엇일까? 모르긴 해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때, '~에 의하여'는 '~에 의한다'에서 온 말이다. '~에 의한다'는 '~에 근거를 둔다'는 뜻이다. 여기엔 영어 말법과 일본 말법이 뒤섞였다. '의하다'가 '의거하다'를 뜻하는 '의하다' 말고도 '~ 때문에, ~을 따르다'는 뜻으로도 쓴다.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는 '사회적 신분 때문에'로 써야 할 말이다. 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고 했을 때는 영어 'by'를 뒤치던 버릇이다. 일테면, 링컨이 한 말 가운데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우리 말로 어떻게 뒤쳤는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판박이로 가르치면서 '~에 의하여'는 더욱 우리 말에 깊이 뿌리 박는다. 다행히 이번 개헌안에는 '∼에 따라'로 다듬으면서 이 말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몇 군데 남은 것이 아쉽다.
'의하여' 빼고 대통령 개헌안 다시 쓰기
전문 (……)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 국민투표로 개정한다.
제24조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 보상에 관한 사항은 (……)
→ 공공필요로 재산권의 수용‧사용하거나 제한할 때, 그 보상 사항
제80조 ④ (……) 이 경우 그 명령에 의하여 개정되었거나 폐지되었던 법률은 (……)
→ 이 경우
그 명령으로 개정하였거나 페지한 법률은
제49조 ③ 국회의원은 (……)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 국회의원은 (……) 그 처분으로 재산상 권리·이익이나 직위를 얻거나 다른 사람이 얻도록 주선할 수 없다.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 법관은 헌법과 법률, 법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이 조항은 어색하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 법관으로서 양심, 이 세 가지에 따른다는 말이라고 한다면 굳이 '~에 의하여'를 쓸 까닭이 없다.)
제106조 ① 법관은 (……) 징계처분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 정직, 감봉, 그 밖의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
→ 법관은 (……) 징계처분을 받지 않고는 해임, 정직, 감봉, 그 밖의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
'∼에 대하여/∼에 대한/∼에 관하여/∼에 관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대하다'를 다음과 같이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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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한', '대하여' 꼴로 쓰여))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비」 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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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대하고 앉았다고 하거나 친절히 대한다고 말할 때는 '대한다'는 말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3」과 같이 매김씨꼴이나 어찌씨꼴로 쓰일 때는 군더더기일 때가 많다. 이 말이 널리 퍼진 데는 일본말 탓도 있겠고 영어 영향도 있겠다.
먼저 일본의 행정과 법률 문서를 우리 말로 새겨보는 과정 없이 '∼に 対にし'나 '∼に 關して'를 그대로 베껴 쓰면서 우리 말에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태 영어 'for, about, concerning, as to, as for, in regard to(of), in respet of……' 따위를 하나같이 '~에 대해, ~에 대해서는, ~에 관해, ~에 관해서는'처럼 가르쳐온 때문이다. 뜻으로 봐선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에 관해'가 글말에 더 자주 쓰인다.
하지만 '다음 물음에 대하여 답하시오. 궁금한 점에 관해서는 민원실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를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궁금한 점은 민원실에 물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해도 뜻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개헌안에 쓴 말을 보면 '~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에 관하여'라는 말을 쓴다.
'~에 대하여' 빼고 대통령 개헌안 다시 쓰기
제33조 ③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노동자가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53조 ② 공개하지 않은 회의 내용의 공표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 공개하지 않은 회의 내용의 공표는 법률로 정한다.
제55조 ③ (……) 해당 지방정부는 그 법률안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 해당 지방정부는 그 법률안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제57조 ③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
→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나 법률안 모두를 수정하여
제68조 ④ 제2항과 제3항의 처분에 대해서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
→ 제2항과 제3항의 처분은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
제71조 ③ (……) 그 다음 순위 득표자에 대하여, 최고득표자가 2명 이상이면 최고득표자 전원에 대하여 결선투표를 실시하고
→ 그 다음 순위 득표자가, 최고득표자가 2명 이상이면 최고득표자 전원이 결선투표를 실시하고
제75조 ③ 제2항의 서면 통보가 없는 경우 권한대행의 개시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
→ 제2항의 서면 통보가 없는 경우 권한대행의 개시 여부를 정하는 최종 판단은
제75조 ④ (……) 다만, 복귀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가능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에는
→ 다만, 복귀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가능 여부로 다툼이 있을 때에는
제79조 (……)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發)할 수 있다.
→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발할 수 있다.
제83조 ③ 사면·감형과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 사면·감형, 복권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제98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에 관하여(……)
→국무총리나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를
제119조 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 선거사무와 국민투표 사무에 관하여 관계 행정기관에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다.
→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 선거와 국민투표 사무를 관계 행정기관에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다.
제121조 ② 지방정부의 종류 등 지방정부에 관한 주요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 지방정부의 종류 등 지방정부의 주요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제121조 ③ 주민발안, 주민투표 및 주민소환에 관하여
→ 주민발안,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은
제123조 ① 지방의회는 (……)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 지방의회는 (……)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
제124조 ② 지방의회는 (……)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 지방의회는 (……)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
제127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
→ 국가는 농사짓는 사람에게 농지를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며
제135조 ② (……)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
→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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