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이명박, 동부구치소로 압송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3일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동부구치소 수감에 앞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남긴 입장문 맨 마지막 문장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끝줄에 이 같은 심경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이 기독교(개신교) 장로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문장에서 그의 신앙심(?)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의 기도가 감동적이지는 않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기독교(개신교)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어 내각을 짤 때 자신이 출석하던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했다.
개신교계가 그를 지지한 첫번째 이유는 그가 보수 대형교회 장로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개신교, 특히 보수 대형교회들은 겉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선포하는 척 하면서 욕망을 부추겨왔다. 흔히 교회가 설파하는 '예수 믿으면 복받는다'는 교의는 이 같은 욕망 추구를 정당화하는 도구였다.
여기에 하나 더해야 할 교의가 있다. 바로 성공주의다. 말 그대로 출세와 성공이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말이다.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스타목회자로 각광 받았던 전아무개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가 바로 이 성공주의 교의를 설파한 주인공이었다. 전 목사는 설교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성공(출세)하라는 주문을 반복했다. '기독교인이 성공한 위치에 있어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목사가 성공주의 신학(?)을 집대성한 건 아니다. 이른바 대한민국 주류의 위치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개신교 교회에 다니고, 목회자들은 이들을 치켜세우며 공공연히 성공의 미덕을 설파한다. 전 목사는 성공주의를 평범한 젊은이들에게까지 지평을 넓혀 놓았다. 지난 2010년 전 목사는 성추행이 불거지면서 삼일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남긴 성공주의 복음의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공교롭게도 욕망, 그리고 성공주의는 이 전 대통령의 인생 궤적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국고손실·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수뢰 후 부정처사, 정치자금 부정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0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 혐의들은 예외 없이 '돈'으로 얽혀 있다. 한국 교회, 특히 보수 대형교회들 역시 돈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리스도교는 물질에 대한 집착을 맘몬주의 신앙이라고 하는데, 한국교회가 맘몬신앙이라는 비판은 줄곧 제기돼 왔었다.
요약하면 개신교계가 이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건 장로 타이틀 이면에 숨겨진 사람됨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이 전 대통령은 개신교계가 정확히 바라고 원하는 사람이었다. 성공주의 욕망 덩어리라는 점에서 매 한가지란 말이다.
MB가 기도드리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