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트리' 프로젝트 동화책 일러스트. 이아름씨가 인터뷰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어린이와 관련된 일화를 전하면서 소개한 장면이다.
이아름 제공
- 환자들로 하여금 치료를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측면이 큰 것 같습니다."맞아요. 저희가 치료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동화책에서 카밀라와 루카스가 작은 아기 사슴을 쫓아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코니쾀 병원입니다. 병원에서 힐링 트리를 찾아가는 여정에 초대하는 거죠. 카밀라와 루카스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아이들도 힐링 트리를 찾는 걸 기대하면서 치료를 버티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씨는 "상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밴드를 떼어내고, 상처를 깨끗이 한 후에, 다시 밴드로 감싸는 드레싱 치료 과정을 가장 무섭고 고통스러운 화상 치료 단계"로 꼽았다. 그의 말대로 "무서운 치료인 만큼" 동화라고 해도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두운 동굴에 아이들이 용기를 내서 들어가 공작새로부터 마법의 힘을 주는 깃털을 받는 설정"이 적용됐다고 한다. "깃털을 받은 아이들은 다음 페이지에서 하늘로 날아갈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이씨는 치료를 거부하는 어린이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아이를 설득하려고 진땀을 빼던 의사 선생님, 그 때 마침 천장에서 난 '부스럭' 소리.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소리 들었어? 동화책에서 카밀라와 루카스가 쥐랑 함께 젠가(보드게임 블록) 만들었잖아", 덕분에 두려움에서 비롯된 거부감은 줄어들었고 얌전히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따라서 앞서 소개했듯 동화책, 여권, 지도 그리고 병원 디자인 등은 어린이 환자들로 하여금 병원을 '동화의 세계'로 인식시키려는 '형식'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형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내용. 둘이 따로 놀수록 어린이들이 현실과 동화를 구분할 가능성 또한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의학과 미학의 결합이란 것은 어른들에게도 낯선 경험이다. 당사자인 어린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어른들 사이의 갈등과 극복이 '내용의 질'을 판가름한다.
"사실 칠레가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는 인식 갖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