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군 송환선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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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런데 일본인 억류자의 참상을 기억하게 해주는 그 현장 아래에 가려져 있는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고, 왜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은...
1945년 8월 24일,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 수천 명(5000~6000명으로 추정)을 태우고 일본 동북부 센다이 인근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일본 해군 송환선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가 의문의 폭발로 마이즈루만에서 수장되다시피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시신 524구와 일본 해군 승무원 시신 24구를 수습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조난자 대부분을 구조하지 않았다. 추정컨대 최소 3000명에서 최대 5000명은 바닷속에 고스란히 가라앉았다. 일본 정부는 미군이 매설한 기뢰 때문에 폭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생존자의 증언 및 사후 실험 결과는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인 폭발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누가 그랬던 것일까.
끔찍한 것은 침몰 9년이 지나도록 뱃머리는 수면 위로 솟아 있었고, 강제수용소에서 귀환하는 일본인 송환선은 그 위 또는 그 주변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마이즈루항을 드나들었다는 점이다. 수천의 시신이 형체도 없이 삭아가고 있었을 그 바다 위로 어떤 이는 환영을 받으며 귀환하는 현장을 어떤 말로 형언해낼 수 있을까.
배는 9년 동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 채 흉물스럽게 녹슬어갔고, 그 사이 한국 정부도 이 사건을 규명하지 않았다. 그러던 1954년 일본 정부는 선체를 인양해 고철로 팔아넘겼다. 사건을 규명할 증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람을 구조하지 않기는커녕 어쩌면 의도적으로 수장시켰을지도 모를 사건 자체도 개탄스럽지만, 5000명에 가까운 조선인 시신들이 가라앉아있을 그 바다 위로 일본인 송환선이 수도 없이 자연스럽게 드나들었을 장면을 상상하면 소름마저 돋는다. 조총련에서 일부 일본인의 협조를 받고 마이즈루시의 허락을 얻어 1978년 수장지가 바라다 보이는 근처 뭍에 기념비를 세워놓지 않았더라면, 기억에서조차 완전히 잊혔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