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후 설교석방 직후 예배당에서 설교하는 문익환 목사의 모습.
사단법인 통일의 집
사람들은 그의 신학을 민중신학, 통일신학, 평화신학, 화해의 신학, 생명 사랑이라고 한다
문익환은 형제를 원수로 만들어 버리고, 무엇이 본질적이고 무엇이 지엽적인지 가리지 못하게 하는 흑백 논리를 깨트려야 화해의 신학이 가능하다고 했다. 문익환 목사의 통일신학은 갈라져 있는 민족이 화해를 이루는 것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와 남을 구분하려는 이원론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문익환의 이러한 통일운동은 실로 평화운동이고 생명 사랑 운동이다. 문익환의 생명 사랑은 무엇보다 연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나타난다. 그 연민은 생명에 대한 애끊는 마음, 애타는 마음, 뜨거운 마음, 긍휼의 마음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이다. 문익환은 이 땅의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하지만,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세력과 구조, 제도에 끝없이 맞서 싸웠다.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시가 그대로 그의 삶이고, 사상이고, 신앙이라고 한다. 그는 말과 신앙 그리고 삶이 하나인 사람이었다.
꿈을 비는 마음 (문익환)
개똥 같은 내일이야
꿈 아닌들 안 오리오마는
조개 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진주 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그러나 벗들이여!
보름달이 뜨거든 정화수 한 대접 떠놓고
진주 같은 꿈 한자리 점지해 줍시사고
천지신명께 빌지 않으려나!
벗들이여!
이런 꿈은 어떻겠소?
155마일 휴전선을
해 뜨는 동해 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어보이는 산정에 다다라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 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 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들이 제대로 돌아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그도 아니면
이런 꿈은 어떻겠소?
철들고 셈들었다는 것들은 다 죽고
동남동녀들만 남았다가
쌍쌍이 그 앞에 가서 화촉을 올리고
-그렇지 거기는 박달나무가 서 있어야죠-
그 박달나무 아래서 뜨겁게들 사랑하는 꿈, 그리고는
동해 바다에서 치솟는 용이 품에 와서 안기는 태몽을 얻어
딸을 낳고
아침 햇살을 타고 날아오는
황금빛 수리에 덮치는 꿈을 꾸고
아들을 낳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그도 아니면
이런 꿈은 어떻겠소?
그 무덤 앞에서 샘이 솟아
서해 바다로 서해 바다로 흐르면서
휴전선 원시림이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펼쳐지고
한려수도를 건너뛰어 제주도까지 뻗는 꿈,
그리고 우리 모두
짐승이 되어 산과 들을 뛰노는 꿈,
새가 되어 신나게 하늘을 나는 꿈,
물고기가 되어 펄떡펄떡 뛰며 강과 바다를 누비는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면님 비나이다.
밝고 싱싱한 꿈 한자리,
부디부디 점지해 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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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목사와 박용길 장로의 유택을 박물관으로 새롭게 단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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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을 빼앗긴 것이 아깝다" 이런 말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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