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날 교실 모습.
최은경
생각해보니 그동안 한두 번을 빼고는 내가 다 갔다. 큰아이 3학년 때 학교 상담은 남편이 갔다. 일부러 보냈다. 나는 그걸 큰 맘 먹고 보냈다고 SNS에 올렸는데, 여기저기서 아빠들이 "나도 갔다"는 댓글을 달았다. 여러 번 간 아빠도 있었다. "뭐야? 우리가 특별한 게 아니잖아?" 그랬다. 왜 난 그제서야 남편에게 가라고 했을까 후회도 했다.
올해 총회는 남편이 갔다. 육아휴직 중이니까 당연한 건 아니었다. 남편도 이런 것까지 가라고 할 줄은 몰랐을 거다. 학부모 총회 참석 여부를 묻는 안내장을 내밀면서 "이건 어떻게 해?" 하고 묻는 걸 보면.
"이번 총회 난 못 가니까 그냥 당신이 가.""내가 가도 되나?""왜, 뭐 어때서. 큰애한테는 못 간다고 했으니까 둘째 윤이 반에만 가면 될 것 같아.""총회 끝나고 엄마들과 커피 한 잔 안 해?""응. 안 해. 안 해도 돼."남편은 학부모 총회를 '엄마들'이 가는 행사라고 선긋기를 한 상태였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따져보니 사실 나도 이거 때문에 매년 휴가를 내고 총회에 갔다. 나만 빠지기 싫어서(많이들 빠진다). 그들의 대화에 끼고 싶어서(참여한다고 모두 폭풍 대화를 하는 건 아니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소외될까 봐(그런 일은 없었다, 나만의 생각인가? ㅠ.ㅠ). 그랬는데 한두 번 해보니, 별 거 없더라.
총회 끝나고 커피 한 잔 먹는다고 없던 관계가 생기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대화보다 피로감이 느껴질 때가 더 많았다(대신 아이가 평소 자주 말하는 친구 엄마의 전화번호 정도는 알고 있으면 좋다. 가끔 만나서 놀게 해주면서 그 친구 엄마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게 나는 더 좋았다).
예비 초등 엄마들이 꼭 "1학년때 사귄 엄마들이 계속 간다면서요?" 하고 묻는데, 그건 복불복이라 꼭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아마 고학년이 될수록 총회 참석률이 떨어지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더 힘들다고 들었다. 어쨌든 총회를 통해,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해줬으면 하는 역할들을 분담해야 하는데, 참석자가 적으면 선생님들이 사정사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운영에 의견을 내는 등의 일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학부모나 선생님이나 모두 부담스럽게 느끼는 일은 학교에서 시스템적으로 바꿔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가장 말이 많이 나오는, 등교 시 아이들 교통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회가 그런 경우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다 참여한다. 강제 사항이다. 해보니 일 년에 한 번 정도 돌아온다(정 사정이 있는 가정은 따로 또 조치를 취하는 걸로 안다). 녹색어머니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학교 앞이 어린이 보호 구역이라고 해도 신호 안 지키고 규정 속도 지키지 않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내 아이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되니 1년에 한 번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 걸 깨닫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한 번씩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1년에 한 번이면 크게 부담도 없으니까.
아빠 총회 참석, 우리한테만 특별한 일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