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갑남
지인과 함께 강화도 망월 벌판을 찾았습니다. 농가 인근 논에 수많은 쇠기러기 떼가 먹이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저 녀석들, 새봄이 왔는데 길 떠나지 않았네!"
"작년에 보니까 4월 초순까지는 머물던데."
"그런가? 추운 곳 찾아 보따리 쌀 날도 머지않았구려."
"계절이 두 번 바꿔야 다시 보겠구먼!" 들판에 모여 있는 쇠기러기 떼가 종잡아 수백 마리는 넘을 것 같습니다. 논에 떨어진 벼 낱알 같은 걸 주워 먹는 모양입니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살금살금 접근해봅니다. 그런데 녀석들의 경계심이 심상찮습니다. 경비라도 서는 걸까요? 인기척에 누군가 신호에 저마다 고개를 쭈뼛 쳐듭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같은 방향으로 화들짝 하늘로 오릅니다.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녀석들의 혼비백산 비상도 잠깐. 낮은 곳으로 날아올라 멀지 않은 곳에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무리 지어 수많은 쇠기러기 떼가 나름의 생존법칙에 의해 살아가는 모습이 신비스럽고 참 아름답습니다. 다가서면 도망가고 그러기를 몇 번. 좀처럼 곁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먹이 사냥에 더 방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쇠기러기는 회갈색 몸 색깔로 보통 크기의 기러기 종류라고 알려졌습니다. 날개깃과 꽁지깃을 덮고 있는 깃털은 흰색이며, 꼬리 위에는 넓은 검은색 띠가 있습니다. 흰색 이마와 분홍색 부리가 예쁩니다. 암수는 깃털 색이 서로 비슷하여 야외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쇠기러기 떼는 주로 수확이 끝난 볏논에서 낟알, 벼 그루터기를 먹기 때문에 들판에서 흔히 만납니다. 머지않아 다시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날 쇠기러기. 우리도 자리를 뜨며 안녕을 고합니다.
"너희들, 먼 길 여행 잘하고, 올가을에 다시 찾아오렴. 혹여 AI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거 물리치고 건강하게!"
#봄날 #쇠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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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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