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부터 가르치는 수학책인원, 장소 같은 말보다는 사람 수, 노는 곳(자리) 같은 쉬운 말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이무완
이어 46쪽, 48쪽, 126쪽을 보면 '인원', '장소'라고 써놓았다. 1학년 아이가 몰라도 될 말은 아니지만, 이렇게 배운 아이는 '사람 수', '노는 곳(자리)' 같은 말로 바꾸어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교과서가 우리 말 자리를 빼앗은 꼴이다. 아래 보기도 마찬가지다.
△ 먼저 도착한 사람이 이겨요.(49쪽)
→ 먼저 온 사람이 이겨요.
'출발', '도착'보다는 '시작', '끝' 하는 게 쉽다.
△ 현재 위치(106쪽)
→ 지금 있는 곳/ 지금 선 자리
27쪽에 보면 '비교한다'는 말이 나오더니 뒤로 줄곧 '비교한다'는 말을 쓴다. 요즘 아이들은 말을 책으로 교과서로 배운다. '비교한다'는 말부터 배운 아이는 자연히 '대본다, 견주어본다, 맞대어본다' 따위 말이 더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4단원은 단원 이름마저 '비교하기'다.
다른 나라 말법을 따라간 교과서토씨 '의'는 우리 말에서는 드물게 썼다. 무엇보다 소리 내기 까다롭고 딱딱한 글말로 만드는 구실을 한다. 되도록 풀이하는 말로 바꾸어 써야 자연스러운 우리 말이 된다.
△ 상자 안의 물건을 보고 알맞게 이어 보세요.(41쪽)
→ 상자에 든 물건을 보고 알맞게 이어 보세요.
△ 같은 모양의 물건을 찾아 봅시다.(48쪽)
→ 모양이 같은 물건을 찾아 봅시다.
△ 같은 모양의 물건에 ○표 하세요.(50쪽)
→ 모양이 같은 물건에 ○표 하세요.
△ 무궁화의 수를 알아봅시다.(67쪽)
→ 무궁화가 몇 송이인지 알아봅시다.
△ 버섯의 수를 알아보세요.(68쪽)
→ 버섯이 몇 개인지 알아보세요.
△ 초록 집의 수를 알아보세요.(76쪽)
→ 초록 집은 몇 채인지 알아보세요.
△ 딸기의 수만큼 ○를 그려 보세요.(108쪽, 112쪽)
→ 딸기 갯수만큼 ○를 그려 보세요
다음은 토씨를 잘못 쓴 보기다. 토씨 '까지'는 어떤 일이나 상태 따위를 말할 때 '끝'을 가리킨다. '9까지 수'라고 하면 누구라도 '1부터 9까지'라고 생각한다. '50까지'라고만 해도 누구든 '50'을 끝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토씨 '의'를 보태어 '까지의'라는 겹토씨를 만들어 쓸 까닭이 없다.
△ 9까지의 수(8쪽) →9까지 수
△ 9까지의 수를 알아 볼까요?(8쪽) →9까지 수를 알아 볼까요?
△ 50까지의 수(106쪽) →50까지 수
'~에 대해'라는 말도 생각해 본다. '대하다'라는 말은 '벽을 대하다, 얼굴을 대하다, 친절하게 대하다, 친구처럼 대하다'라고 할 때는 써야 하고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에 대하여, ~에 대한' 꼴로 판박이처럼 쓰면 오히려 맥이 빠지고 군더더기 말이 되고 만다. 보기로 든 문장에서도 '~을/를'로 쓰면 시원스러운 말이 된다.
△ (…) 모양에 대해 알게 된 것을 말해 보세요.(41쪽)
→ (…) 모양을 공부하고 안 것을 말해 보세요.
△ 우리 모둠이 만든 마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53쪽)
→ 우리 모둠이 만든 마을을 이야기해 봅시다.
아래 보기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인데 아무리 장난감이라도 바르게 썼더라면 좋았겠다. 버스나 자동차, 자전거 따위를 셀 때는 '대'를 쓴다.
△ 버스는 몇 개인지 덧셈식을 써 보세요.(87쪽)
→ 버스는 몇 대인지 덧셈식을 써 보세요.
△ 빨간 자동차가 파란 자동차보다 몇 개 더 많은지 뺄셈식으로 써 보세요.(87쪽)
→ 빨간 자동차가 파란 자동차보다 몇 대 더 많은지 뺄셈식으로 써 보세요.
말나온 김에, 28쪽에 보면, '교실 또는 강당'이란 말이 나온다. 여기서 '또는'은 우리 말에 없던 말이다. 영어 'or'나 일본말 'また(ヌ)は'를 따라간 말이다. 이 말은 우리 말 사전에도 버젓이 나온다. 예시로 든 "월요일 또는 수요일/집에 있든지 또는 시장에 가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마을의 골목길에나 강가나 또는 들녘 같은 데도 그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를 들었다.
이게 우리 말 사전 꼴이다. 제대로 되자면 아래와 같이 되어야 한다. '-든지'나 '-나'에는 이미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뜻이 들었다. 그러니 '또는'는 쓸데 없는 말이다. '월요일이나 수요일/ 집에 있든지 시장에 가든지/ 강가나 들녘 같은 데도'처럼 써야 한다. 앞에 든 '교실이나 강당'으로 써야 한다.
숫자를 어떻게 소리내어 읽을까?가끔 텔레비전 자막에 쓴 말을 보면 "양심이라곤 1도 없는 사람", "2가 먹다가 1가 죽어도 모른다"는 식으로 자막을 쓴 것을 본다. 제법 머리 굵은 아이 글에서도 '1도 아프지 않았다.', '숙제가 4나 된다.'고 쓴 데는 심심찮게 만난다. 이런 어색한 말을 수학 교과서가 퍼뜨린다. 수학 공부에 쓸 책이니 숫자로 쓸 수밖에 없지 않냐고 하겠지만, 말글과 글말은 다르다. 더구나 말주머니에 쓴 말이라면 입말처럼 써야 한다.
가령, 말주머니에 '버스 1대가 들어왔어요.'(22쪽)라고 적어놓았을 때, '1대'를 어떻게 읽을까? '한 대'라고 해야 할까, '일 대'라고 해야 할까? 말주머니에 '3명씩 모아야 해.(33쪽)'도 마찬가지. '세 명씩'이라고 해야 할까, '삼 명씩'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보기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어쩌다가 실수로 잘못 쓴 것이 아니라 수학교과서에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여기는 셈이다. 아래 보기에서 말주머니에 든 말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