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 29일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사이트. '가임기 여성 수' 통계 수치와 지역별 순위를 표시해 논란이 됐다.
행정자치부
지난 13일, JTBC뉴스에서 여성가족부가 저출산 대책을 다시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반가운 점은 '비혼 출산'에 대한 정책을 더 강화한다는 점이다. 현재 '비혼'조차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로 해결될 수 있을까?
실제 '비혼'과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은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낳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위한 육아정책 여론조사'보고서. 2017.11).
다만 정부의 정책 방향이 '대한민국 출산지도'와 같은 행태가 아니길 바란다. 2016년 말에 행정자치부는 저출산 극복 방법으로 전국에 있는 '가임기 여성(20~44살) 분포 지도'를 만들어서 논란이 됐다.
국가가 한 여성의 자궁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걸까.
미셜 푸코는 모든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과 몸의 고유한 권리까지 파고든다고 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받았던 신체검사와 건강검진, 주민증 발급 시 요구되는 지문처럼 국가가 한 개인의 신체에 대한 정보를 통제한다.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행태가 '가임기 여성 분포지도'라 함은 출산과 신체의 권리조차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뜨거운 비난으로 중지되긴 했지만,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의 책임을 가임기 여성에게 덮어씌운 꼴이다.
정부가 놓치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불안정한 삶이다. 사회가 안정적인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이상, 결혼율과 출산율의 증가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비혼으로 출산하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여성가족부가 앞으로 '비혼 출산'에 대해 정책을 펴겠다고 하니 기대해도 될까. 설마 '대한민국 비혼 여성지도'가 나오진 않겠지?
우리는 비혼을 선택한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늙어서 병들면 후회한다"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살면 얼마나 좋니" "제발 유별나게 살지 말고, 남들처럼 살아라" "아이를 낳으려면 빨리 결혼해라"고 무심코 얘기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다시 결혼식의 주례사를 떠올려 보자. 사회의 언어는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 권력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한 인생을 모조리 삼켜버릴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지나치게 간섭한 일을 생각하면 나 또한 부끄러워진다. 결혼과 비혼, 출산에 관련된 내가 한 말들로 누군가는 불편하지 않았을까.
'비혼'의 시대가 왔듯이 '비혼 출산'의 시대가 곧 오리라. 정부의 복지 정책만큼 중요한 것은 '비혼'과 '비혼 출산'에 대한 당신과 나의 온전한 이해이다. 설령 이해가 안 되면 '인정'이라도 하자. 인정조차 하기 싫다고 해도 제발 비난만은 하지 말자.
한국 사회에 비혼으로 사는 게 충분히 행복하면 좋겠다. '비혼 출산'을 경험할 사람이 더 이상 '미혼모'로 불리지 않기를. 애초 '미혼부'라는 언어를 가지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비혼주의자로 한국에서 살아남기] ① '왜 결혼 안 하니' 물으면, 마돈나처럼 대꾸하렴 ② "여자를 노예 취급한다" 불편하면서 통쾌한 그 말 ③ 동지애만 남은 결혼... 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니? ④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혼자 잘살 겁니다 ⑤ "아이 생기면 결혼해야 하나" 프랑스에선 필요 없는 고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5
글쓸 때는 은둔자가 되고 싶으나,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여인. 곧 마흔, 불타는 유혹의 글쓰기를 기다린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