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HO의 레인웨어재귀반사 기능의 레인웨어
BOHO
- 형태보다 기능에 방점을 둔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학교 졸업하고 대기업 패션그룹에 취업을 했는데 곧 독립해서 여성복 브랜드를 런칭하게되었습니다. 백화점 편집샵에도 입점하고, 해외 전시도 하고 나름 바쁘게 살았는데 어느 순간 여건에 맞춰서 옷을 만들다보니 만족감도 떨어지고 고비가 오더군요. 일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즈음 예전 거래처에서 이제 그만 쉬고 일을 시작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습니다. 장애학교 교복 디자인 의뢰였어요. 생소하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디자인을 하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겁니다."
- 작업이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요."지체장애학생들의 교복을 맞추는 일이었는데, 학생들이 휠체어 사용자였습니다. 휠체어에 걸리지 않으면서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하게되었는데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라 예쁜 옷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통이 넓은 옷만 입히는 게 속상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몸에 잘 맞게 디자인하고, 불편할 수 있는 연결 부분을 지퍼로 활용하니까 옷매가 살더라고요.
몸이 경직되어 있거나 욕창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등쪽에 쿠션을 넣고 옷이 잘 늘어나는 스판 소재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옷에 이물질이 묻거나 흘리는 일이 많아서 오염을 막을 수 있는방수 기능이 있으면서도 평범한 원단 느낌인 소재를 찾느라 발품도 많이 팔았습니다."
- 힘들지만 보람이 컸을 듯 합니다."옷이 예쁜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머리 속에 있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편견이 모두 깨졌고, 조금만 더 아이디어를 내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삶의 질을 놀랄만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보람있고, 기뻤습니다. 어렵지만 뜻깊은 작업이었고,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 BOHO를 런칭하기까지 쉽지 않으셨겠어요."물론 창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제조업이라 집에서 할 수도 없었고, 수입이 없는데 임대료를 내면서 사무실을 얻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신진 디자이너 육성·지원하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를 알게되었습니다. 사무실, 작업실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협력업체 연결, 홍보, 판로 개척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기 디자이너로 선정되서 양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센터 내에 다양한 패션기업들이 입주해 있어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