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검찰 조사받고 귀가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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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검찰은 피의자가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할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또 중대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되고 죄질이 무겁다면 구속영장 발부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수수 혐의 액수만 100억 원이 넘어가고, 혐의 전반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는 점도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 '금고지기'라 불리는 최측근 인사다. 이 전 대통령의 조사와 같은 시간에 진행된 재판에서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렇게 구속 가능성이 커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향후 법정에서 치열하게 혐의 사실 여부를 다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설령 일부 혐의를 인정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워낙 많은 혐의가 있어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럴 바에는 결백을 주장하고 법정 싸움에서 반전을 기대 하겠다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구속 수감 불가피, 엄정하게 신병 처리해야" 현재까지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은 사실관계 입증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백준 전 기획관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자료 제출을 미루면서 "공범을 수사 중이기 때문에 4월 초 이전에는 내놓기 어렵다"라고 밝힌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공범은 이 전 대통령이고, 재판에 증거자료를 내놓을 경우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이를 이용해 수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검찰 측의 말을 해석해 보면 늦어도 4월 초까지 이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마무리 짓고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얘기다. 즉 이 전 대통령의 기소 마지노선을 4월 초로 잡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오는 주말이나 내주 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이를 발부한다면 4월 초는 사전 구속영장 기한(20일)과 딱 겹치는 시점이다. 검찰은 향후 일주일 내에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