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표지
갤리온
그는 사람들의 말만 믿고 낙타를 사러 갔다가 허탕을 쳤고, 잘 모르는 말이나 우롱차를 거래하려다가 밑지는 장사를 해야 했다. 어렵사리 원석을 구해 장인에게 직접 세공을 맡기기까지 한 옥 공예품과는 사랑에 빠져 버린 나머지 좋은 가격에 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꽤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그에게 실제로 돈을 벌어준 것은 와인, 부기 보드, 테킬라, 그리고 티크 원목이었다.
와인은 그가 매우 잘 아는 상품이었다. 공기주입형 부기 보드의 경우에는 제품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멋진 로고를 고안해 부착하는 브랜드 전략이 성공했다. 테킬라로 승부를 볼 때는 좋은 물건을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겠다는 허영심을 버리고 저가 전략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 티크 원목의 경우에는 약간의 행운이 따랐지만, 자신의 가장 잘 아는 시장인 영국 시장의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큰 힘이 되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재미만 따져도 <80일간의 세계 일주>에 뒤지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각종 경제학 은어들을 일상적으로 써왔을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 용어를 늘어놓는 허세를 부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대신 철저히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후쿠오카에서 어부와 함께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어시장에서 파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생생한 묘사라는 측면에서 이 책의 백미다. 48시간 동안 6시간만 자고 육체노동을 해서 겨우 150엔을 벌었지만, 그는 이 경험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거듭 강조한다. 그가 흘린 땀의 무게만 생각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가 여행한 시공간을 그대로 따라다니며 그의 행적을 좇게 된다. 말 거래를 예로 들어 보자. 그는 말을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고, 그래서 얼마를 남겼다고 서술하지 않는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어떻게 생긴 말을 만났는데, 판매자가 얼마를 불렀고, 조언자가 그 가격을 어떻게 평가했으며, 결국 얼마에 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말을 얼마에 팔 생각을 하면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왔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마시장에서 얼마의 가격을 들었으며, 그 가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고, 나중에 그 가격에 팔지 않은 것을 왜 후회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결국 얼마에 팔면서 그나마 손해를 줄였고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마치 신드바드의 모험 같다.
이 책은 경제에 관한 무언가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인생에 관한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워줄 뿐이다. 큰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서 스스로 알아보지도 않고 뛰어드는 행위는 어리석다는 점, 아무 대가 없이 당신을 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은 없다는 점, 그렇지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인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쾌한 가르침은 물고기잡이를 통해서 그가 배운 육체노동의 신성함, 그리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현재를 희생하려는 태도는 어리석다는 교훈 아닐까. 아직 오전 1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담배가 다 떨어졌다는 이유로 어선을 돌리는 일본 어부의 삶을 돌이켜보면, 현대 도시인의 삶은 뭔가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갤리온,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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