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앞두고 외부인 출입통제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수사관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유성호
다소 어수선했던 청사 앞에 일순간 적막이 감돈 건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출발한 9시 15분께였다. 한 기자가 "출발했다"라고 외치자 취재기자들도 전열을 정비했다. 높이와 길이를 두고 막판까지 검찰 측과 조율한 방송사 붐마이크들도 이때를 기점으로 위치가 고정됐다. 이 전 대통령 차량이 청사로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취재기자들도 보고 있던 생중계를 끄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시민들 "오늘은 역사적인 날"... 지지자는 20여 명
비슷한 시각 검찰 청사 밖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시민의눈 등은 법원삼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에게 'MB 구속' 서명을 받았다. 송원재 시민의눈 단장은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출입이 통제된 문 앞에선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노동당은 '이명박 구속은 국민의 명령이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은 죄악을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많은 불법을 자행했다"라며 "이명박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즉각 구속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진보민중단체' 명의의 기자회견에서는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지금 여론조사에선 국민 68%가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며 "국정농단, 뇌물비리를 저지른 이명박의 구속은 너무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검찰청에 모인 시민들 "이명박을 구속하라"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이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도 "이명박은 피땀 흘렸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던 장본인"이라며 "국가폭력으로 고통 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벽 4시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김아무개씨는 "일반 시민은 계란 하나를 훔쳐도 구속당한다"라며 이 전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 앞에선 한 시민이 '이명박과 롯데는 롯데타워 거래했나'라고 적힌 버스 위에 올라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이 함께해야 한다"라고 소리쳤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그의 구속을 반대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전 대통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이후 9시 50분경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 20여 명이 서울지검 서문 앞에 모여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재오 전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검찰 수사는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와 이 전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이 전 의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30여분 가량 머물다 자진해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발언 전문 |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들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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