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조선미술박물관 해설원.
신은미
거긴 '미지의 나라'였다. 신은미 기자는 남편이 처음 북한여행을 제안했을 때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단다.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그에게 북한은 무시무시한 나라였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똑같았다. 오죽하면 "어머, 돌았나 봐. 거기가 어디라고 여행을 가!"라며 뜯어 말렸다.
신은미 기자는 썩 내키지 않았으나 짐을 쌌다. 남편은 공들여 준비한 여행을 포기할 리 없었다. 그냥 따라나서는 수밖에. 지난 2011년 10월, 남편과 함께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향하는 고려항공에 몸을 실었다. 그의 생에 첫 북한 여행이었다.
"휴가 여행으로 조국을 찾아주신 우리 동포님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조선국제여행사의 관광안내원은 가방을 낚아채며, 말을 걸었다. 딴에는 어색함을 덜어내려 이런 소리를 했다고 짐작했으나 신은미 기자는 '조국'이란 단어가 신경 쓰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미국 시민권자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그는 당혹스러웠단다.
처음 본 평양의 아침도 상상과 달랐다. 신은미 기자는 손 잡고 출근하는 부부, 팔짱을 낀 여인들을 보며,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을 의심했다. 거긴, 인터넷에서 본 나라가 아니었다. '북한사람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손을 잡는다든가 해는 애정 표현도 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그에겐 충격적이었단다.
평양을 벗어나서도 그랬다. 신은미 기자가 탄 자동차가 북한 원산 시내를 누빌 때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를 향해 "헬로, 헬로"하며 손을 흔들었다. '철천지 원쑤 미제국주의자 놈들'의 말이 어린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거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단다. 김설경 관광안내원은 "영화 <타이타닉>을 영어 시간에 교재로 썼다"라고도 했다. 그가 알던 북한이 아니었다.
"예전 남조선 관광객들이 붐비던 그 시절이 꿈만 같습니다. 너무나 그립습니다."
금강산 호텔 직원의 말에 신은미 기자는 놀랐다. 북한 사람에게 이런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 금강산 관광객이 끊기면서 호텔이 텅 비게 됐다며, 직원은 아쉬운 소리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북한 사람이 그 시절이 그립다는 말을 할 줄, 그는 상상도 못 했다.
금강산은 신은미 기자의 가슴을 뛰게 했단다. 산을 오르내리느라 숨이 가빠져서가 아니다. 풍경이 아름다워서도 아니다. 목련관 기념품 상점에 갔는데, 유니폼을 차려입은 아가씨 세 명이 그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는 이런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들이 쏟아낸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단다.
"오랜만에 우리 동포들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전에는 남조선 동포들이 수도 없이 왔는데, 그때는 곧 통일될 줄 알았어요. 얼마나 흥분했는지..."
신은미 기자의 첫 북한 여행은 이렇게 기대(?)와 어긋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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