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보림사 한창 기와 교체 작업 중입니다.
임현철
지난 토요일, 변수가 생겼습니다. 법인 스님께서 공동대표로 있는 참여연대 총회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지암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이왕 나서기로 마음먹은지라 방향을 틀었습니다. 일지암 대신 가지산 보림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일선 스님께 '참 나', 즉 '공적영지' 드나드는 방법과 수행 등 궁금증을 여쭐 좋은 기회였습니다.
천년고찰 구산선문 장흥 가지산 보림사로 향합니다. 가던 도중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매화 구경이나 갈까. 흔들리는 마음 다잡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건 일선 스님 뵈면 호통 치실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유인 즉 간단합니다. 도(道)는 자기 안에 있지 바깥에 있지 않다는 게지요. 집에서 수행할 일이지 돌아다닐 게제가 아니라는 거죠. 호통을 각오하자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구산선문 장흥 가지산 보림사. 담 너머로 기와 교체 작업이 한창입니다. '청태전 티로드' 안내판이 반갑습니다. 비자림과 어우러진 자생차 서식지를 둘러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지요. 보림사 외호문을 넘습니다. 사천문을 통해 대적광전을 봅니다. 한가로운 가람 배치에서 여유와 넉넉함을 느낍니다. 대적광전에 듭니다. 국보 제117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앞에 서서 절합니다.
요사채 기와 교체 작업 등으로 혼잡합니다. 스님, 절집 마당을 고르고 있습니다. 고요합니다. 반가움이 앞섭니다. 스님께 웃으며 합장합니다. 스님, 갑자기 절집 마당을 고르던 쇠스랑을 치켜들더니 고래고래 악을 쓰고 쫓아옵니다. 뭐라는지 알아채기 힘듭니다.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집니다. 이 무슨 해괴한 마주침이란 말인가. 스님, 계속 악다구니입니다.
스님의 기행, 말로만 듣던 선문답의 다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