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표지
이후
이러한 공감능력 제로의 홍준표 대표를 수전 손택이 만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심히 궁금해진다.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라 불린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 예술평론가인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뉴스가 오락으로 뒤바뀌어 버린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극소수의 교육받은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버린다'고 말한다.
전혀 진지하지 않을 뿐더러 괴팍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방식으로 본다면 이 세상에는 현실적인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수전 손택의 분석이다. 이런 이들에게 타인의 고통은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그 사람들은 타인이 겪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도 그 참상에 정통해지고, 그러면서 진지하지 않게 그 고통을 다룬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보내는 연민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린다고 수전 손택은 일갈한다.
<타인의 고통>은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이미지화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수전 손택은 책의 첫 장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즉 타자와 나 사이에 공유할 수 없는 고통을 어떻게 볼 것인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의 의미를 묻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가 다 엮여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고통스럽게 된 데에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그 고통이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진중권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야기한다.
수전 손택은 어떤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그 지옥에서 어떻게 빼내올 수 있는지, 그 지옥의 불길을 어떻게 사그라지게 만들 수 있는지 까지 대답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일이라는 거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The New Yorker>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수전 손택은 미국 사회를 향해 "부디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를 조금이라고 알고 있다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여성들의 아픔과 상처, 고통은 외면한 채 미투운동을 그저 정략의 도구와 유희 거리로만 삼는 홍준표 대표에게 110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공감능력을 조금이라도 갖추고 여성을 대하기를 바라며,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의 일독을 권한다.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이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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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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