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종로2가 민들레영토에 모여 마을공동체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
주수원
김명희 "주민 스스로 계획을 세워가는 힘이 커진 부분에서 마을의 성장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기에는 주민들이 마을활동가에게 모든 것을 다 해달라고 요구를 했었다. 사업계획서를 쓸 수 있는 역량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경험을 통해 점차 변했고 대표제안자 이름만 쓰고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한 주민 스스로 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경험을 통하여 본인들 스스로 계획을 짠다. 함께 모여서 필요한 사업들을 얘기하고 직접 예산을 짠다. 이런 점에서 주민 주도성을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다시 주민자치회로 마을 계획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과 또 다른 성격이여서 기존 주민들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함형호 "지금 얘기나온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한 훈련, 관계망, 마을계획이 모두 중요한 지점 같다. 무엇보다 마을활동의 꽃은 마을계획이라고 본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우리 공동체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간다. 다만 이 역시 숫자적인 평가 기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100명이 모였는가, 10개 의제를 만들었는가, 3000만 원을 따냈는가가 평가 기준이 된다.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 마을계획단이 어떠한 의제를 발굴해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를 추적하며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홍수만님이 얘기한 것처럼 마을 공동체가 되려면 주거 및 일자리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마을'이라는 단어가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하며 감성적 접근을 하지만 보다 중요한건 '공동체'가 아닐까? 말 그대로 삶의자리에서 삶이 공유되는 공동체. 그러려면 지역에서 거주하고 일하는 삶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본질적인 부분은 고민하지 않고 표피의 통계로만 접근하다보면 한계가 있다. 관계망도 이러한 부분에서 중요한 지표일 수 있으나 단순히 주민들 사이에 서로 알게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이러한 공동체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마을공동체 상 공유의 필요성과 평가지표류호근 "얘기를 들으면서 마을의 성장을 얘기하기 앞서 마을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져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이란 모호한 개념이 여기저기서 남용되는 것 같다. 현재 마을 사업에서의 핵심은 함형호님이 지적한대로 공동체성에 있다고 본다. 서울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예산이 지원되고 이를 정량적 지표로 측정해가는데 그 안에 공동체성이 있나란 의문이 든다. 이러한 공동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나가 마을이 성장했나란 지표일 것이다.
공동체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갈등을 겪어내며 단단해질 수 있다. 그런데 각종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이 이러한 단단함을 방해하는 것 같다. 싸우고 관계가 안 좋아지면 비슷한 다른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가면 된다. 마을공동체사업 관련 돈이 되는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판은 커졌으나 마을공동체 스스로 단단해지는 성장의 기회는 줄어들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6년 동안 마을공동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상에 대한 정의 없이 사업으로 달려왔다. 이렇듯 기준이 없기에 그 기준에 맞혀서 평가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마을공동체 참여자수, 관계망으로만 성과를 매겼다. 이 관계망도 사업을 통한 관계망에 국한된다. 이제는 그동안의 사업을 돌아보며 마을공동체의 상을 다시금 정리해야할 때이다. 우리에겐 6년간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로 마을공동체 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공동체의 상 및 평가지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필용 "작년 5월에 서울시와 서마종에서 공동으로 5년간의 사업 성과를 조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때 양천구 목2동 일대의 이른바 '모기동마을'을 대상으로 1천만원을 지원하면 약 5천6백 만원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해서 공유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효과 분석에 의문이 있다. 마을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상호간의 합의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마을 공동체 관계망 형성의 평가기준에 대해 우리들 간의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의 횟수 등을 포함해 조직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마을공동체 내부적으로도 진행되었다. 201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제8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에서는 <풀뿌리 마을공동체의 '복권'을 위한 2015년 전국 마을선언 (초안)>이 발표되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한 생활세계로서의 마을, 주거권의 확보와 상호부조와 협동의 경제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내용들이 여전히 마을공동체 사업을 펼치고 참여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합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을공동체, 좋은 말인데 머릿 속에서 그려지지 않고 있다."
송대원 "사실 초기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아래 서마종)을 준비팀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이 바로 마을이란 무엇인가"라고 정의하는 것이었다. 정말 수없이 많은 토론을 했는데 결론이 나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청과의 사업이 시작되었다. 개념이 명확히 잡히지 않았으니 지표도 불명확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성과지표에 대한 연구를 하기위해 실무자들이 많은 노력도 하고 요구도 하였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이렇게 성과 및 평가지표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여러 사업들의 무차별적이고 문어발적인 확장이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마을과 크게 상관없는 사업도 마을이란 이름을 붙여서 자기부서의 사업 예산을 늘리기도 했다. 또한, 서마종 역시 주민 공동체의 성장을 돕는 서포터의 역할보다는 중간조직 자체의 성장을 위한 직접 플레이하는 사업이주를 이루게 되었다."
주수원 "마을공동체 사업을 모든 주민이 체감을 할 수는 없다. 더욱이 마을 주민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마을공동체사업이 얼마나 유의미했는지,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가 얼마나 형성이 되었는지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지역 안의 혁신리더들이 생겨났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주민의 등장은 있었으나 혁신주체로서 성장하기 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사업 속에서 행정의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로 되고 있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 이는 주민들의 자생력을 형성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보다 계속 새로운 성과를 만들려다보니 생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서마종의 <마을활동가 기본교육> 자료를 보면, 6년간의 과정이 2년 단위별로 서울형 마을공동체 정책 씨뿌리기(2012~2013년), 민관협력형 지원사업 개발과 성과확인 기틀마련(2014~2015년), 마을공동체와 주민 자치의 연대(2016~2017년)로 되어 있다. 서마종 사업만 마을, 찾동, 협치, 자치 4영역으로 나뉜데다 도시재생, 혁신교육지구, 사회적경제까지 하면 각각의 사업들을 혁신리더들이 이해하기도 벅차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범혁신 사업들의 상이 전체적으로 그려져야 하고, 각 사업의 평가지표도 연계되어야 하는데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마을공동체사업으로 한정해서 얘기하기 보다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울의 범혁신 활동에 대한 상과 이에 대한 평가지표가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서울의 마을공동체정책에서 행정-민간의 지원체계
2017 마을활동가 기본교육자료
홍수만 "성과를 부풀리기 보다는 현재 그대로를 보여주며 내려놨으면 좋겠다. 마을을 개념화하거나 공론화하지 못했고 마을이 등장했다기 보다는 여러 주민 모임이 등장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판단일 것이다. 마을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집착하고 시범사업에 너무 큰 성과를 바라는 면도 있다. 시범사업이라는 단계에 맞게 면밀한 검토와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과치를 바탕으로 본계획에서 잘 적용시키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시범사업부터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이 강하다. 협치의 경우에도 현재 진행되는 협치는 결코 전반적인 협치는 아니다. 사실 시민 그룹이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은 행정 영역 중 정말 작은 부분이다. 현실에서 편하게 인정하며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좋은데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행정만 아니라 시민사회도 자신들의 존립 기반 때문에 성과 부풀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류호근 "지난 모임에서 마을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주체가 등장했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했다면 오늘은 그래서 서울에서 마을공동체는 형성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했다. 얘기 하다보니 마을, 마을공동체에 대해 얘기는 많이 되었지만 정작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합의가 되지 않고 공유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 사업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이 사업을 풀어낼 중간지원조직만 무성해졌다.
박원순 시장은 "중간지원조직 성애자다"라고까지 얘기한다. 중간지원조직의 홍수이며, 사람을 못 구할 정도이다. 과거의 농촌 중간지원조직의 사이즈를 넘어선다. 한 자치구에 10개 정도의 중간지원조직이 생겼다. 무엇보다 민과 관을 연결하고 통역 역할을 해야 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 시간 얘기나온 서포터, 플레이어, 심판자 중에서 서포터가 아닌 플레이어, 심판자로서 역할을 주되게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역 공동체가 단단해지기보다 중간지원조직의 예산 및 사업성과 확대로 간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박원순 시장 3기를 준비하며 마을공동체사업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능한 매주 모임을 하며 3월말~4월초 공식 토론회(혹은 포럼)를 개최하려고 한다. 끝으로 계속 기록을 담당하느라 얘기를 제대로 못한 유승희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유승희 "처음에 이런 논의한다고 할 때 댓글 단 분들이 남성활동가분들이 많았다. 이 모임 자체가 궁금한게 아니라 모일 분들을 보아하니 회의록 정리할 분이 안계실 것 같아서 제가 잘하는 속기능력을 발휘해야겠다 싶어 자청했다. 마을 안에는 김영림님처럼 차근 차근 성장한 여성 활동가들이 많다. 오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을텐데 내가 와도 되나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 분들에게 우리 모임이 기사화된 것 보다 훨씬 더 재미나고 기사로 다 담지 못하는 여러 속풀이 장이기도 하니 편하게 오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저도 사실 지난 시간에 얘기한것처럼 마을관련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다 지쳐 앞으로 몇 년간 마을 쪽에서 어떤 일도 하지 않을거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임을 하다보니 마을 사업을 하지 않는거지 마을에 적을 두지 않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얘기를 나누다보니 마을에 대한 애정도 더 생겨났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마을사업이 아닌 마을활동, 마을살이를 해볼까 싶다. 또한 이 모임에도 계속 참여하려 한다."
이날 3시간 동안 마을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음에도 부족하여 자리를 옮겨 치맥뒷풀이를 했다. 1차 모임에 8명이 모였고, 2차 모임에는 10명이 모여 3월 10일 열릴 다음 3차 모임은 몇 명일지 기대된다. 마을공동체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열려있다.
▲2월 28일 서울 마을공동체 논의 모임 마무리하고서 찍은 단체사진
주수원
3차 모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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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3월 10일(토) 6시 * 장소: 종로 민들레영토(종각역 11번출구, YMCA 지하 1층) * 문의: skyroot2000@gmail.com (류호근) * 마을공동체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누구나 참석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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