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밤해운대의 야경이다. 엘시티 더샵 아파트의 모습도 보인다. 101 층, 411 m 국내에서 제일 높은 아파트라고 한다. 공사가 한창이다.우리가 떠난 다음날 사고가 발생했다.
문운주
겨울 해변 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은 부산 해운대다. 멀리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 야경이 아름다운 광안대교, 천혜의 자연이 주는 송림 해변... 자연과 과학, 예술의 합작품이다. 동남아에 훼손되지 않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있다면 이곳에는 바다와 하늘다리, 초고층 빌딩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야경이 있다.
2월의 마지막 주 3박 4일간의 부산 해운대 가족여행을 떠났다. 겨울에 해수욕장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휘황찬란한 야경, 출렁이는 파도와 갈매기, 따뜻한 온천욕의 맛을 보지 못한 탓이다. 동백 섬, 파도 소리, 소나무 향기, 부산 갈매기를 보지 않고는 겨울여행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26일 오후 짐을 풀자마자 산책을 나섰다. 부산 해운대는 이웃처럼 가까운 느낌이다. 자주 들렸던 것처럼...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15년 전이다. 직장에 다닐 때다. 그때도 모래해변을 따라 산책을 했고 동백섬을 몇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어디서 왔소? 뭐하러 왔소?" "배고픈 다리를 아시오? 증심사 아시오?"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머리가 하얀 남자가 눈에 띄었다. 쓸쓸하게 보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봤다. 갈매기냐고 물었더니 비둘기라고 짧게 대답한다. 퉁명스러운 말씨다. 그리고 어디서 왔느냐, 뭐하러 왔느냐면서 이것저것 묻는다. 무등산, 증심사, 배고픈 다리 등 광주를 잘 아는 눈치다.
비둘기는 갈매기 떼에 치여 눈에 띄지 않는다. 보기 힘든,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던 사랑받던 새가 주위에서 사라졌다. 그는 우연히 외다리(장애) 비둘기를 발견했다고 한다.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도 외다리에게 정이 갔다고 한다. 이후로 매일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고...
이곳 해변에는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연인, 노부부, 노숙자 등 다양한 사연이 있는 사람이 모인다. 성이 공씨라는 매일 비둘기를 찾는 남자, 광주의 배고픈 다리에 대한 잊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서 말을 아낀다. 북극곰 수영 대회에서 맨몸으로 바닷속에 뛰어들었던 사진을 보여준다. 이런 분들이 진정한 해운대의 지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에 올라 이안눌
구름 속에 치솟는 듯아스라이 대는 높고굽어보는 동녘 바다티 없이 맑고 맑다바다와 하늘빛은가없이 푸르른데훨훨 나는 갈매기등 너머 타는 노을2일째, 밤늦게까지 물놀이를 한 탓에 몸이 무겁다. 뷔페식 조식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길게 펼쳐진 산책로 송림공원, 소나무 공원이다. 파란 하늘을 향해 곧게 혹은 구부정하게 휘인 듯 몸매를 자랑한다. 실은 이곳에 오면 동백보다는 소나무가 눈에 띈다. 잘 정돈된 이 소나무 숲은 이곳 최고의 명물이다. 다시 찾고 싶은 걷고 싶은 힐링 길이다.
회색의 계절, 회색의 해변에서 올곧게 늘 푸름을 자랑한다. 생기와 싱싱함이 넘친다.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솔방울은 어릴 때의 향수를 자극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노래와 시비 등이 세워져 있다. 파도 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 구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