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남망산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인 '정의비'.
윤성효
서울 일본대사관 앞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보다 먼저 조형물을 세웠던 곳이 통영이다. '정의비'를 세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송도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할 말이 많았다.
송 대표는 "초기에는 자료가 많이 발굴되지 않았고, 대부분 증언자들이 '10대에 끌려갔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료가 더 나오고, 추가 등록자도 생겨났다"며 "피해자들이 20대와 30대도 있었고, 심지어 결혼한 유부녀라든지 아이를 낳은 여성도 있었던 것"이라 했다.
그는 "'소녀상'이라 하면, 피해자들이 10대였다는 사실로만 받아들일 것이고, 대상자들이 굉장히 제한이 된다"며 "후대 세대도 그렇게만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역사인식의 오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일도 있다. 송 대표는 "아이들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10대 소녀만 일제에 강제로 끌려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몇 년 전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보니 그렇게 나왔다"며 "심지어 피해자의 호적 자료 신청을 해보면 공무원들도 '나이 많은 분들도 있었느냐'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송 대표는 "지금도 그러한데, '소녀상' 세우기를 통한 위안부 운동을 전개한다면 피해 대상자가 소녀로 국한되는, 역사적 오류를 재생산하게 될 것"이라 했다.
'순결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도 있다는 것. 송 대표는 "소녀는 결국 처녀이고, 처녀는 순결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심어주게 된다"며 "소녀상은 결국 남성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성인권, 성차별, 젠더폭력에 대한 대항도 들어 있다. 그런데 그런 운동을 하면 '소녀'를 들고 나오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정의비'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송 대표는 "피해자들의 정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당당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두 팔을 벌리고 '나는 당당하다'고 하는 형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한테 자발적으로 갔다고 하는데, '몰라서' '속아서' 갔고, 그렇기에 나는 당당하다는 의미다"며 "피해자들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조형물을 세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의 역사 교훈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