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의 한 장면. 배우 하지원이 현정화 역을, 배두나가 리분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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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이 잘 그려지지 않아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를 봤다. 이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남북 탁구단일팀에 대해 남북 선수들의 거부감 및 반발, 반세기 동안 분단된 데 따른 생활습관, 사상, 어투의 차이로 인한 선수 간의 대립과 갈등을 그럴싸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
허구임에도 심적으로 동하는 부분이 많았다. 모든 스포츠 단체전은 팀워크가 관건이라는데 환경이 달라진 남북선수가 새로운 파트너를 맞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 급조된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이 얼마나 부담감을 가졌을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남북단일팀이 금메달을 딴 것이다. 분단된 한반도가 합쳐질 때 발생하는 시너지에 남북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비현실적인 남북 탁구단일팀 우승 실화는 이념으로 분단된 한민족의 아픈 역사를 잠시나마 어루만져줬다.
영화에서 하지원(현정화 역)은 "한국에서 살 생각은 없느냐"라고 배두나(리분희 역)에게 물었다. 배두나는 "잘 사는 기준으로 보면, 너는 미국 가서 왜 살지 않니"라는 뼈 있는 말로 받아쳤다. 닉슨 미 대통령은 중국과의 긴장완화를 위해 그들을 이해하고 배우려 노력했다. 그래서 탁구도 제안한 것은 아닐는지. 분명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3대 세습 독재정권 기반의 북한식 공산주의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몰락한 지 오래다. 반면 동일한 조상과 언어를 공유하고 있는, 전 세계 유일의 한민족인 북한에게 어쩌면 우린 너무나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