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반대하는 노조원들한국GM이 전북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4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북지부 조합원들이 투쟁 머리띠를 두르고 공장 동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9월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 열연강판에 57%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 때 부과 이유로 꼽은 것이 AFA(가용정보조항) 위반이었다. 미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최선을 다해 제출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포스코와 우리 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미국의 결정을 바꿔 내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철강재를 일괄 제재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들었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로 무역업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항이다. 자료 제출 미비의 시비를 걸어 열연강판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거기에도 성이 안차서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고 한국철강업체에게 마지막 펀치를 준비하는 미국. 동맹의 모습은 고사하고 국가간 정상적인 교역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4년 동안 누적 적자만해도 3조원이 넘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며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한국GM. 한국 정부의 자금이나 세금 감면 등 1조원에 달하는 지원이 없으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1만 7천여명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서 한국GM의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안하무인격 일방주의와 닮았다. 지분 17%를 보유한 2대주주 산업은행에게도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았던 한국GM이다. 우리 정부의 자료 요구에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번번히 거부했다. 이번에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와 빠른 실사를 진행하는데 합의했지만, 고압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시쳇말로 배째라는 식이다.
한국산 철강재 고율 관세 부과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사태는 한국과 미국의 불평등한 경제와 무역 관계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국내진출 기업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 이런 현실을 두고 동맹국의 배려나 동등한 교역 관계를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된다. 미국은 우리 기업에게 채찍을 들었고, 국내 진출한 미국 기업은 우리 정부에 당근을 요구했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 주권을 존중한다면 이런 불평등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WTO(세계무역기구)는 세계무역질서를 세우고 국가간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교역과 무역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소하고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건 WTO 회원국에게 주어진 권리다. 미국의 일방적인 보복무역과 횡포에 대항해서 WTO 제소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단계의 합법적 구제 요청인 셈이다. 정부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군사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조심스런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오히려 '친북정부라서 그런가'라며 색깔론을 내미는 자유한국당의 행태, 태극기와 성조기를 번갈아 흔들다보니 정체성을 잊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신나간 대통령? 결연한 대응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