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때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심규상
'가장 힘든 점'을 묻자 하나같이 "유가족들이 유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때"라고 답변했다.
4학년인 구가은씨는 "특히 대전 유해발굴 때 수습된 유해를 보고 통곡하는 한 유가족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그분들이 겪어온 삶의 고통이 전해져 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 아산 설화산 폐금광 유해발굴에는 학생 세 명 외에 홍성예 학생도 참여했다. 홍씨는 올해 영남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졸업식은 유해발굴이 시작되는 지난 22일이었다. 홍씨는 이날 졸업장 대신 아산 유해발굴 현장에서 호미를 들었다. 졸업식 축하연도 유해발굴에 참여한 사람들과 나눴다. 대학에서 복수전공으로 '문화재보존복원'을 전공했는데 세 명의 친구들로부터 유해발굴 소식을 듣고 기꺼이 참여했단다.
홍씨는 "제가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졸업식보다 역사를 일구는 유해발굴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때문에 부모님께서 졸업식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저와 같은 생각으로 이해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김나경씨는 인류학자를, 구가은씨는 학예사를 꿈꾸고 있다. 김소현씨는 방송국 기자 또는 PD 등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단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두 번 다시 이 같은 역사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어느 곳에 있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시와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은 지난 22일부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는 1951년 1월께 부역 혐의로 불법 총살 당한 대략 200~300명의 시신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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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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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대신 '호미' 들고 유해발굴에 나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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