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책을 소개하는 당당서점올 1월1일 출간된 문재인 대통령 자서전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당서점인터넷
그리고 사드 이후에 대한 본격적인 흐름이 나왔다. 그 신호탄은 문재인 대통령 자서전의 중국 출간이다. 올 1월 1일 <운명이다>는 지앙쑤봉황출판그룹의 계열사인 봉황문예출판사(凤凰文艺出版社)에서 '명운'(命运)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많은 언론이 다루지는 않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인 당당(
www.dangdang.com)에는 19개 정도의 서평이 달렸는데,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한국 출판 콘텐츠 모두에 대한 해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방송이나 공연 쪽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을 읽고 부지런히 준비하는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앞날을 장담할 수 없어서 섣불리 뛰어들지는 못하고, 스타트 신호만 기다리는 분위기다.
경제 교류에서도 흐름이 생기고 있다. 22일 <머니투데이>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에 3년 고용유지 계약 등을 조건으로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는 내부 방침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부정적인 댓글들이 많다.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차 인수 등을 예로 들며, 먹튀를 우려했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지난해 4월 3일 필자가 광주 CEO대상 강의를 위해 광주송정역에 도착했을 때, 역 앞에 눈에 띄는 포스터가 있었다. "금호타이어를 중국기업에 팔지 마세요"였다. 그날 금호타이어와 거래한 적이 있는 기업 CEO을 대상으로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타이어 산업은 고도산업이 아닙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 상태에서 타이어 산업은 미래가 없습니다. 지금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를 인수하려는 것은 자국 기업을 상대한 기술과 브랜드를 얻기 위한 것인데, 나쁜 기회가 아닙니다. 지금은 매각 대금이 1조원 가량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 대금은 떨어지고, 잘못하면 공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좀 과도한 이야기였지만 반박도 찬성의 질문도 없었다. 이후 사드 문제 등으로 인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보도로 다시 협상의 물꼬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이런 기업 매각 문제는 중국 정부가 관여되는 만큼 이 매각설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빗장을 푼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관광 등 대중국 미래 먹거리 찾아야문제는 중국이 빗장을 푼다고 해도 미래가 열려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우리 산업이 중국 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이얼 등이 진출했다가 실패한 한국 소형 가전시장에 오리온을 인수한 창홍그룹이 소형 냉장고에 이어 공기 청정기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실적이 없지만 중국을 평정한 이동전화도 한국을 차기 공략지로 삼을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대비할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드 보복을 겪으면서 한국에서는 중국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싹텄다. 결국 기업이나 개인도 중국으로의 직접 진출에 두려움을 갖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더블스타의 사례 등을 활용하기 위한 국가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이제 더불스타의 물건을 중국이나 세계에 팔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만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 콘텐츠 교류와 관광 교류의 선을 다시 잇는 것이다. 한국은 급성장하는 중국 관광산업의 최대 수혜지지만 사드로 인해 그 지위를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정부간의 문제가 풀리면 중국의 한국 관광이 재개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은 1년 안에 가능할 것이고, 크루즈 관광 등 새로운 영역도 확대되어 대중국 관광 산업은 다시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그간 쌓인 저가 패키지 문제 등도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사드 시기를 통해 이런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아무런 행동없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올 상반기 중에는 한중 관계의 새로운 교량이 놓일 가능성이 많다. 특히 대미문제로 골치를 앓는 한중은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때문에 민간에서도 이런 대비를 해야 한다. 다만 새롭게 형성되는 한중 관계에서 더 큰 역할을 할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문제점이다.
오히려 지난 십수년간 한국을 거쳐간 중국 청년들이 대한국 비즈니스에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오랜 불신이 자리한 앞 세대들의 영향이 크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사드에 중국을 보는 관점에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눈 앞에 거대한 목표를 두고, 먼 이상만 바라는 어리석은 행동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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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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