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은 지난 1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양인재개발원에서 2월 임시국회 전략수립을 위해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목표를 광역자치단체장 기준으로 6석 플러스 알파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당 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를 공개할 수도 있는데, 공개하면 당 내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라면서 "트렌드는 6 플러스 알파"라고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홍 대표가 언급한 6석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여기에 경기·인천 등 수도권 1석을 더한 수치다. 한국당은 영남권 5곳과 경기·인천 그리고 제주까지 모두 8곳을 석권했던 지난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보수 지지층이 사분오열된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당이 6석을 수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권 2년 차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여전히 60~70%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더불어민주당 역시 50%에 가까운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지속적인 정치공세에도 불구하고 10~20%의 박스권에 갇혀있다. 보수표를 두고 바른미래당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도 부담스럽다.
한국당 그리고 인물난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한국당은 지독한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심하고 있는 후보군이 넘쳐나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적 강세 지역인 부산·경남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구도 위태롭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당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에서 한국당 소속 서병수 현 시장이 김영춘 해수부 장관과 오거돈 전 장관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 역시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한국당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대구조차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할 경우, 한국당 후보의 당선이 어렵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당의 곤란함은 영남권을 벗어나면 더욱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당장 서울시장만 해도 한국당은 누가 나올지 후보군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민병두·박영선·우상호·전현희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 중량감이 있는 인물들이 포진해 있는 민주당과는 대비된다는 평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세훈 전 시장의 재등판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른 광역자치단체장을 압도한다. 서울은 대한민국 유일무이의 특별시이며 인구 1000만에 25개 자치구와 424개에 달하는 행정동을 갖춘 메가시티다. 1년 예산만 해도 31조8000여억 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가 하면,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위상 또한 대단히 높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로 통한다.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선거에 한국당 후보군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까지 이름이 거론된 인사는 오세훈 전 시장과 황교안 전 총리,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황 전 총리는 탄핵 선거를 우려해 홍 대표가 선을 긋는 모양새며, 김 교수는 중량감이나 인지도 면에서 민주당 후보에 떨어진다는 평가다. 오 전 시장 역시 출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말했듯 정치 일선에 뛰어들 생각은 당분간 없다"라고 밝혔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비록 열세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 당시만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의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여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후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못 내면 간판 내리라"고 했던 당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