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남소연
[# 18년만의 휴식]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세상은?참여연대는 상근 활동가에게 7년마다 안식년의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오는 3월 18년 만에 처음으로 안식년을 떠난다.
"그동안 뭔가 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성에 안 찼던 거다. 그러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저 나름으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박근혜가 내려오면서 한 시기가 끝났다는 느낌, 뭔가 정리가 됐다는 느낌이 들면서 '아, 이제 정말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더라.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자체가, 몇십 년 누적됐던 우리 사회의 적폐가 한바탕 정리되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못 하고 살았는데, 이번에 쉬면서 조금 해보려고 한다."
20대 후반에 참여연대에 들어가 40대 중반을 맞은 18년 차 시민단체 활동가 최인숙씨. 그를 인터뷰하면서 18년 차 <오마이뉴스> 기자로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현장을 지켜봤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답을 찾아가는 길에 함께 있다는 공감대가 더 컸다.
- 지난 18년 동안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아왔다. 나름의 소회가 있을 것 같은데."시민운동을 시작하고, 제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일원이 되어서 하다 보니, 변화되는 게 느껴지더라. 그 희열이라는 것은... 단숨에 바뀌지는 않지만, 서서히 하면 되는구나,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구나, 이런 것을 배웠다. 이런 걸 쌓고 축적해서 언젠가는 발판이 되도록 하는 게 시민운동이구나, 우리가, 내가 하는 일이구나, 싶더라. 나는 그래서 운동하는 게 막 재미있었다."
- 시민운동이 관성화 됐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오마이뉴스>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시민운동의 영향력이 점점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시민운동) 전성기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고민이기는 하지만, 시민사회운동을 대변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 그중 하나다. 시민들 스스로가 감시자가 되어서 의원들을 감시하는 운동을 벌이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고 더 퍼져야 한다.
이제 그것을 더 뛰어넘는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게 시민운동의 숙제다. 시민운동의 패턴이, 다루는 의제나 방식이 늘 일률적이고 똑같았던 것 아니었나,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못 찾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은 늘 있다. 돌파구를 저희도 잘 못 찾겠다. 그런데 세상은 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마이뉴스>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2000년 초반에 (시민기자의) 사는 이야기를 내세우며 대안 언론으로서 역할을 했지만, 그다음에 더 두드러지는 것은 많지 않았다."
- 이젠 비판이나 문제제기에 그쳐선 안 되고, 대안을 모색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는데."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세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딱 이렇다'라고 정리가 잘 안된다. 어? 다 잘 먹고 잘사는 세상, 경제적 주체가 균형 있게 이익을 배분하면서 정의롭게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 아니겠어? 하지만 이게 너무 어려운 거다. 복지국가도 시민들에게는 어렵다. 시민과 눈높이가 맞아야 하고, 그들에게 와 닿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그런 것을 과연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수년에 걸쳐 고민하고 있지만, 하나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그리고 '촛불 정권이기 때문에...' 라는 말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음이 되게 급했다. 지방선거 전에 국회에서 민생입법이 처리되어야 하는데, 아니 저렇게 몽니 부리고 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그렇다고 무작정 현장으로 뛰어나가자고 하는 게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려운 거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촛불광장에서 이뤘던 공론의 장을 계속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 참여연대 내에서도 구성원 사이에 세대 갈등이 있나? 신세대 활동가와 18년 된 활동가의 차이는?"갈등이 왜 없겠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운동 단체라서 특별한 건 없다. 선배 그룹들은 희생이라고도 얘기하지 않고 선배라고 티를 내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연차 높은 사람이 얘기하면 (후배들은) '저 사람 구식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그런 걸 한 번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전에 그 선배가 하는 말을 그냥 들었지만, 똑같은 얘기를 (후배들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없는 인권 감수성을 채워줘야 하는 것도 당연히 있고. 그런 갈등이 <오마이뉴스>에서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도 있다. 문제라고 직시하고 진단하고 이걸 어떻게 할 것인지 구성원들이 총의를 모아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그 조직의 건강성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는 비교적 완만하게 해결하거나 완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총의는 모이는 편이다."
[창간 기획 - 18세 오마이뉴스가 18세 동갑내기에 묻다] ① 18년째 사막 달리는 '1호 오지레이서' 유지성 "영웅은 없다"③-1 이인영의 정치 18년 "민주주의 신인류에 맞는 헌법 만들어야"③-2 이인영의 정치 18년 "이재명의 사이다 발언, 나는 왜 못하냐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9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공유하기
"촛불정권... 언제까지 이 말 가능할까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