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되는 것 표지
웅진지식하우스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흔히 들었던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누구누구는 꿈이 뭐야?'라는 물음에는 뭔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똑같이 묻기도 했습니다. 이런 질문에는 이번 생애에서 허용된 정체성은 하나뿐이니 너에게 꼭 맞는 일을 찾으라는 압박이 내포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정말 꼭 맞는 일이란 게 있을까요?
그런 줄 알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적성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엔 중학교 때 인문계, 실업계(공업고, 상업고) 고교를 선택해야 했고(적성이 아닌 시험 성적으로) 고등학교 때 인문계는 문과 이과로 진로를 정해야 했습니다. 좀 특별한 영역으로 예술고등학교도 있었네요.
내가 선택한 길인 것 같지만 실상은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강요된 선택을 해왔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느덧 중년에 이르러 삶을 돌아보면 제가 선택한 직업 분야는 운좋게 제 적성에 꽤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너는 세상이 안내한 길에 잘 적응했던 것 뿐'이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한 것 하나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저는 세상의 틀을 잘 견뎠던 것 뿐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상당히 많이 만납니다. 미술을 전공하다 엔지니어가 된 동료도 있고, 엔지니어인데 연주회, 전시회를 할 정도로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 과연 어떤 정해진 적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책의 저자도 인생에서 음악, 미술, 영화, 법학 분야를 거치며 활동해 왔습니다. 에밀리 와프닉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다능인(멀티포텐셜라이트)'이라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능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이라는 외부의 정해진 틀 속에서도 삐죽삐죽 솟아나오던 사람들이 그 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와, 완전히 내 얘기네'라고 맞장구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다능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다능인들이 대체로 겪게 되는 직업, 생산성(집중력), 자존감 영역에서의 문제 극복 방안을 공유합니다. 다능인이신가요? 저자의 말을 들어보세요.
"당신은 무언가를 뒤집어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세상을 당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더 좋게 만들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운명적 일이 무엇이든, 다능인 기질을 억누르는 동안에는 목표에 다다를 수 없다. 반드시 그 기질을 받아들이고 사용해야만 한다."(31쪽)
다능인들은 기질 상 다양한 경험과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통합할 수 있고, 초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열정이 있기에 무엇인가를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고,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통찰을 얻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 행복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표현하는 수 백명의 다능인들을 설문하고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성공적인 다능인들은 돈, 의미, 다양성을 제공하는 삶을 설계해왔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자는 먼저 생존과 예기치 않은 상황 그리고 우선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얼만큼의 돈이 필요할지 명확한 선을 정할 것을 조언합니다. 두 번째로 어떤 활동을 할 때 활력과 기쁨을 느꼈는지 생각해보고 각자의 삶에서 '왜'라는 질문을 지속해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때 압도당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균형 지점을 찾을 것을 제안합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만큼의 돈이 있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활동 중 어떤 것이 수입을 창출하더라도 상관없다. 같은 맥락으로, 단지 돈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도 괜찮다. (중략)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듯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낄 정도면 충분하다.(65-66쪽)
사실 이 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해준 성과들을 요약해 놓은 것이기에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살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이상적인 삶입니다. 이들이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 또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며 때론 좌절하며 분투하며 지내왔을지에 대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자는 이 치열한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 다능인들이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 네 가지 직업 모델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