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소설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도 좋지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결혼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결혼'을 이렇게 정의한다.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도박에 인생을 건 사람이든, 도박인 줄 알고 멀리하는 사람이든 사랑을 지속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면 모든 관계는 시들해진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하다"는 문장은 관계의 어긋남을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라비와 커스틴은 결혼생활을 통해 감정의 밑바닥을 경험한다.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일지도 모른다.
"사실 라비나 커스틴의 마음속에 그들 사이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절대 진리는 없다. 그들 삶의 분위기는 끊임없이 회전한다. 단 한 번의 주말에도 갇힌 기분에서 감탄으로, 욕망에서 권태로, 무관심에서 환희로, 짜증에서 애정으로 급변한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낭만이 없는 일상'을 어쩌란 말인가. 두 사람의 노력 부족만을 탓하기에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명한 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가 "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니?"로 바꿔서 주문처럼 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은 변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관계는 변한다. 변해가는 서로를 잘 받아들이고, 끌어안을 수 있다면 사랑은 아직 유효하다. 나 역시 결혼 제도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제도 안에 구속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비혼주의자들은 이러한 관계에 지쳐서 결혼을 거부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결혼의 풍경이 사랑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서 비혼을 선택한 걸까.
[비혼주의자로 한국에서 살아남기] ① '왜 결혼 안 하니' 물으면, 마돈나처럼 대꾸하렴 ② "여자를 노예 취급한다" 불편하면서 통쾌한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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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쓸 때는 은둔자가 되고 싶으나,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여인. 곧 마흔, 불타는 유혹의 글쓰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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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애만 남은 결혼... 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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