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민 펀딩을 통해 제작하고 있는 정진호 아는것이힘이다 PD.
오마이뉴스 장재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이 붙은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경과 미군에 의해 7000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되어 암매장된 곳이다. 현재 정부는 이곳에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대전 도심 가까운 곳에 이러한 우리 민족의 비극이 담긴 장소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심지어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마저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은 뒤로 하고, 국고지원에 의한 혜택에만 관심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 산내 골령골에 담긴 역사적 진실을 알려내겠다고 마음 먹은 것. 그 주인공은 바로 정진호 PD다.
정 PD의 본업은 팟캐스트 제작자다. 대전 대덕구 대화동 공구상가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팟캐스트 제작·방송 법인을 만들었다. 법인 명칭과 조직, 스튜디오, 장비 등을 생각하면 대단한 방송국처럼 들리지만, 사실 기획에서부터 녹음, 진행, 편집, 홍보, 후원금 모금까지 모두 정 PD 혼자서 담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루는 내용은 시사, 정치, 환경, 경제, 인권, 교양, 영화, 음악, 여행 등 다양하다. 지역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무려 18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하고 있다. 2016년 9월에 첫 방송을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격주에 한 번 방송을 업로드 하다가 지금은 어느새 일주일에 6일 방송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가끔씩은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TV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다큐제작에 나섰다. 산내 골령골에 서려 있는 비극을 영상으로 담아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현재 제작비 마련을 위한 '시민 펀딩'을 시작했다.
그가 제작에 나선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산내 골령골'은 오는 5월 18일 첫 상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 동안 산내 골령골의 비극을 널리 교육하고 알려 온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가 손을 잡고 함께 제작을 돕는다.
제작비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다큐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기록하고, VIP시사회에 초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