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쇼의 현장코끼리는 훌라후프를 코에 걸고 계속 돌려 코의 피부가 온통 벗겨져 있다. 코끼리의 신체 구조에 맞지 않는 춤을 추고 코로 표창을 던지는 공연을 한다.
김나희
다음 코스는 '코끼리쇼'였다. 그 곳의 '코끼리쇼'는 코끼리가 코에 훌라후프를 걸고 계속 돌리면서 억지 춤을 추는 것이었다. 코끼리의 코 피부가 다 벗겨진 이유를 그 쇼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코끼리 코로 표창을 던져 풍선을 터뜨리는 쇼도 했는데, 6개 중 처음 2개만 터뜨렸고 나머지 4개는 모두 빗나갔다. 뒤로 갈수록 코끼리는 더 지쳐 보였다. 공연 중 실수를 했다고 코끼리가 가혹 행위를 당하지 않을까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행들도 황당하고 불쾌한 뜻을 감추지 못했다. 이로써 끔찍한 '사파리 투어'를 마쳤다.
국내 굴지의 대형 여행사 이름을 걸고 이런 동물 학대쇼를 일정에 포함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또한 이런 코스를 '사파리 투어'라면서 관광객을 모집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해당 여행사에 '사파리는 야생 상태의 동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계약 위반이다'라고 항의했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현지 업체명이 '아일랜드 사파리'이기 때문에 사파리라는 이름을 쓰는 게 문제없다."태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패키지 투어 중 잔인한 내용의 '악어쇼', '돌고래쇼' 등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10년 전 태국 여행에서 '코끼리쇼'를 본 한 친구는 그 불쾌한 경험 때문에 다시는 태국 여행도, 패키지 여행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코끼리의 고통에 공감되어 코끼리 등에서 내린 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여행 일행의 분위기를 해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코끼리 트레킹에 따라갔다는 친구도 있었다.
패키지 투어 일정 중에 동물쇼나 위장 사파리투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쇼가 있다면 그 여행 상품은 불매하자. 그냥 그 여행은 가지 않으면 된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 매우 간편하다. 이왕이면 그 여행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여행사에 알려서, 많은 여행객들이 '동물학대쇼'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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