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련 7차총회의 결의에 따라 공개사무실을 복원한 네 사람. 1.남근우 2.김성환 3.이난현 4.최성웅
민청련동지회
공개 영역을 복원한 네 상근자: 김성환, 남근우, 이난현, 최성웅
정회원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조직문제의 또 하나의 이슈는 공개 활동영역을 회복하는 문제였다. 민청련은 1985년 9월 탄압 이래로 근 1년간 비공개 활동에 주력해 왔다. 공개 활동 영역은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만 활용되었다. 민청련 사무실은 민가협 상근자들이 이용하고 있었고, 공개 영역은 간판만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이에 대해 비공개 대의원 총회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집행부처럼 공개 활동의 여지가 넓지는 못하겠지만, 민청련 사무실을 근거로 하여 상근체계가 운영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이었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활동에 대한 책임감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범위의 공개 활동이 요청됐던 것이다.
이 문제는 주로 복역 후 출소한 구 간부 측에서 제기했다. 민청련 탄압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구 집행부 성원들 가운데 일부가 운동 일선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었다. 권형택 전 사회부장, 김종복 전 청년부장이 되돌아왔다. 두 사람은 1986년 4월 3일 민청련 5인 간부 제6차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석방됐던 것이다.
공개 사무실의 회복 필요성에 관해서 폭넓은 공감과 합의가 이뤄졌다. 총회준비위원회는 물론이고 대의원 총회에서도 이 제안은 통과됐다. 인선 문제가 남았다. 민청련의 논의체계에는 일종의 관습이 있었다. 어떤 정책이 채택되면 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그 사안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서도 책임을 지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총회준비위원회가 그러한 역할을 맡았다. 공개 사무실을 중심으로 활동할 네 사람의 상근자가 선정되었다. 총회준비위원이던 김성환, 남근우, 이난현, 최성웅이 그들이었다.
개헌투쟁의 대중화를 표방하다7차 총회에서 조직문제 만이 중시되었던 것은 아니다. 개헌투쟁의 전술과 슬로건 문제에 관해서도 주목할 만한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먼저 '제헌의회 소집' 슬로건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제헌의회의 영어 약자는 CA(Constitutional Assembly)여서 이 주장을 펴는 정파를 CA그룹으로 불렀다. 그해 5월투쟁 때까지만 해도 민청련은 헌법제정회의, 헌법제정민중회의 등의 개헌투쟁 슬로건을 표방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와 유사한 의미의 '제헌의회 소집' 슬로건을 반대한다고 명시하는가.
<민주화의 길> 14호 논설이 이에 대해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민청련이 표방한 '헌법제정회의 소집'론은 선전적 슬로건이었다. 헌법 문제에 대한 민중적 입장을 명백히 하고 군부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비타협적 투쟁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의의를 담았다. 그에 반해서 '제헌의회 소집'론은 현 시기 투쟁을 지도하는 전술적 슬로건으로서 제기되어 왔다. 이는 민청련의 입장과는 달랐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했다. 첫째, 제헌의회 소집론은 현재의 시기를 혁명적 시기 혹은 그에 임박한 시기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주관주의적 오류였다. 현 시기는 혁명적 시기가 아니라는 게 민청련의 입장이었다. 둘째, 야당은 물론이고 민주제 개헌을 주장하는 모든 세력을 기회주의로 매도하고 있는 게 문제였다. 오직 전술적 슬로건에 대한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자 하는데, 이는 대중의 이반과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청련은 그해 상반기의 개헌투쟁을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선전적 슬로건인 헌법제정회의 소집론과 전술적 슬로건인 제헌의회 소집론을 구별하지 않음으로서 투쟁 방침에 일정한 혼선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슬로건의 표면적 일치에 집착했고, 그에 의거해서만 연대를 추구한 점을 반성했다. 앞으로는 피상적인 차이점 보다는 기본 목표의 동일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언급은 6차총회에서 채택한 '헌법제정회의 소집' 슬로건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을 의미했다. 또 6차총회 이후 추구해오던 상층연대 경시론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했다. 민통련을 매개로 하는 상층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인정하고, 당면한 개헌투쟁을 대중노선에 입각해서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73학번 공동의장을 비롯한 새 집행부 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