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오지레이서’ 유지성 런엑스런 대표. 4대 사막(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달리는 그랜드 슬램을 세계 최초로 두 차례나 달성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 각종 강연을 다니며 ‘꿈 전도사’로 활동했다.
유지성 제공
"후회? 왜 없었겠나.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통장 보면 맨날 빚이다. 계속 돈 갚으라고 연락 오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더라. 힘들 때마다 18년 전 처음 사막을 달리기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인터뷰 내내 생기 넘치던 유지성 런엑스런 대표(47)의 목소리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지난 2000년 다니던 건축회사를 그만두고, 막연한 동경으로 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사막 다음엔 정글, 정글 다음엔 남극... 그렇게 전 세계 오지만 찾아다니며 달린 덕분에 '대한민국 1호 오지레이서', '사막의 아들'로 불린다. TV, 라디오에 여러 차례 출현했고, 책도 몇 권 냈다. 각종 강연을 다니며 '꿈 전도사'라는 명예도 얻었다. 화려한 이력을 나열하다 보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그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뒤에 맺혀있는 쉰내 나는 땀방울을 감추곤 한다.
유지성 대표의 두 눈이 허공에 꽂혔다. 그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사막을 18년째 달리고 있는 듯했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트레일러닝 붐에 공헌하다한파가 살짝 물러선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주택가. 몇 번이고 지도앱을 들여다보며 런엑스런 사무실 간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유 대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의 안내에 따라 오래된 빌라 반지하 문을 열고 들어섰다. 20평 남짓 가정집을 사무실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간판은 없지만, 런엑스런은 국내 최초·최대의 트레일러닝&오지레이스 커뮤니티다. 2001년 사하라사막 레이스 정보 공유 사이트로 시작해 2011년부터 본격적인 커뮤니티 그룹으로 전환, 회원 수도 7000명이 넘는다. 한국 참가자들의 국제 대회 신청 및 접수, 관리, 훈련, 교육 등 모든 총괄 업무를 진행한다.
트레일러닝은 말 그대로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 모든 길을 달리는 것"이다. 어드밴처 레이싱, 오지 마라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트레일러닝은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2012년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 출범 후 용어, 규정 등의 세분된 통합작업을 거치며 국제적 표준을 세웠다. 최근에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트레일러닝 붐과 열기에 힘입어 대회의 수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었고, 현재 세계적으로 3만 개 이상의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레일러닝 시장의 규모도 매년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한국의 경우, 런엑스런이 2015년 'KOREA 50K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무대로의 도전과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열린 3회 대회에는 외국 선수 25개국 220여 명, 내국 선수 880여 명이 참가하는 등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 중 최고의 대회로 성장했다. 오는 4월 21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제4회 대회가 열린다. (신청:
www.korea50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