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귀신사는 그 흔한 일주문도 없어 계단을 오르니 바로 대적광전입니다. 소박함에 반했습니다.
임현철
"스님 잘 지내세요?""김제 금산사에서 봐요."'짜장 스님'으로 알려진 운천 스님(전 남원 선원사 주지)과 통화. 그는 이미 스님이되 스님이 아닌, 그렇다고 속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입니다. 왜냐면 '조계종 탈종'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운천 스님에 따르면 "말이 탈종이지 사실 환계"라며, "환계란 조계종에서 받은 비구계를 다시에 돌려 드리는 것이다"고 합니다. 계가 없으니 비승(非僧)이나, 아직 머리를 기르고 있어 비속(非俗)이라는 겁니다. 이건 뒤에 따로 다루기로 하지요.
암튼, 인사 삼아 건넨 말이 씨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급하게 진행된 번개팅 덕분에 화엄성지 전북 김제 금산사로 향했습니다. 도 닦는다고 3개월 여 동안 절집 순례를 멈춘 탓에 콧바람 쐬는 게 그리웠던 까닭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인연에 따라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인간이란 참…. 가다 보니, 없던 번뇌가 생기대요. 상황이 달라지니 예기치 않았던 생각이 일어난 겁니다. '점심은 어디서 먹지?', '뭘 먹을까?', '금산사 공양 간에서 먹을까?', '밖에서 사 먹을까?' 그렇지만 이런 생각 자락을 붙들지 않고, 가만 흐르게 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인연에 맡기면 그만이니까. '번뇌'란 흐르는 생각을 붙잡는 순간 생기는 '망상'으로 변하니까.
금산사에 가까워질 즈음, 도로 이정표 하나가 도드라졌습니다. 귀신사. '왜 절집 이름을 귀신사로 했을까?'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갑자기 안내판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습니다. 왠지 인연이 닿을 거란 느낌이었달까. 게다가 짜장 스님과 약속 시간에 여유가 있는지라 망설일 필요가 없었지요. 이정표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움직였습니다. 절인지 민가인지 헷갈린 통에 잠시 헤맸습니다. 바람이 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