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모평마을의 충노비와 신천 강씨 제각. 충노비는 충성스런 노비 ‘도생’과 ‘사월’을 기리고 있다.
이돈삼
함평에서도 충노비를 만났다.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모평마을에서다. 마을 한쪽에 '도생'과 '사월'의 충노비가 신천 강씨의 제각과 함께 세워져 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일이다. 전쟁에 참가한 윤해가 일본군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놓이자, 부인 신천 강씨가 두 팔로 가로 막았다. 마지막에는 온몸으로 그 칼을 막았다. 결국 윤해와 부인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
이 소식을 들은 윤해의 장남 17살 청립이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며 전쟁터로 달려 나간다. 청립이 전쟁터로 가면서 노비 도생과 유모 사월에게 4살짜리 동생(정립)을 잘 돌봐달라고 유언 아닌 당부를 한다. 청립 역시 전쟁터에서 일본군에 죽임을 당하고 만다.
충복 도생과 충비 사월이 주인의 빈자리를 대신해 4살 아이를 끝까지 잘 키워 윤씨 가문을 지켜냈다. 훗날 윤정립이 그 사실을 알고, 죽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 유언을 했다. 나중에 후손들이 충노비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모평마을에는 충노비와 정려각 외에도 열녀각이 유난히 많다. 공적비, 충열비, 열녀비 20여 기가 세워져 있다. 신천 강씨를 비롯 함평 이씨, 진주 강씨, 광산 김씨, 충주 박씨, 이천 서씨 등을 기리는 비석이다. 비석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이야기도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