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련희씨와 북측 코치진의 만남김련희씨가 어렵게 북측 코치진을 만나 눈물의 인사를 나눈다
유동걸
15일, 설 바로 전날, 평양시민을 자처하는 대구 사는 탈북 여인 김련희씨는 용평 알펜시아의 '크로스컨트리 스키'(Cross-country ski)장을 찾았다. 이유는 단 하나. 북측 응원단을 만날까 해서다. 한 번만이라도, 일 센티미터라도 가까이서 고국 동포의 손을 잡아보고 싶은 일념에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간절한 뜻이 하늘에 닿은 걸까? 김련희씨는 뜻하지 않게 북한의 크로스컨트리 감독과 코치진을 만나서 뜨거운 감격의 포옹과 상봉의 시간을 보냈다. 비록 5분 남짓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씨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감격의 시간이었고, 기망 탈북 7년 만에 드디어 작은 소원을 풀어내는 해원의 시간이었다.
이날 '크로스컨트리 스키'(Cross-country ski)에 참석한 북녘 선수는 리영금.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김련희씨의 딸과 이름이 같다. 경기 종목의 이름도 '크로스컨트리 스키'(Cross-country ski)이니 나라(country)를 가로지르는(cross) 그 의미 또한 절묘하다. 이미 남북을 가로질러 통일과 평화의 사절을 염원하는 김씨의 정체성에 너무 잘 맞기 때문이다.
이날의 상봉은 응원석 중앙 무대 앞, 북한 선수 응원을 준비하던 김련희씨가 있는 곳 바로 앞으로 북한 코치진이 들어오면서 이루어졌다. 이날 북한 응원단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해 있던 김련희씨는 북한 코치진을 보자마자 작은 가로막이 놓인 그 옆까지 바로 달려나갔다.
경기가 한창이던 경기장은 응원 소리로 시끄러웠고, 북한 코치진 옆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붙어있어 만남을 시도하기 쉽지 않았지만, 몇 번의 부름 끝에 김련희씨를 알아본 북한 감독과 코치들이 곁으로 다가와 뜨거운 포옹과 함께 눈물의 상봉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막상 그리던 동포를 만난 김련희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지만, 북한의 코치진은 따님과 남편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고 잘 지내라는 안부의 말을 건넸고, 김련희씨 또한 만나서 감격스럽고, 어서 평양의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