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 2/15 NBC 아침 방송 Today show에서 캡쳐. 메인 앵커인 사반나, 호다, 알이 평창에서 올림픽과 한국에 관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NBC 화면 갈무리
"개막식장에 지붕이 없는데 괜찮을까?""문화 행사장이 다 임시 건물이네요.""주경기장 미닫이 문은 비닐로 만든 건가 봐?"평창에 있을 때 비싼 표 구입해 왔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열악하다 느낄 때마다, 난 솔직히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은 쌍팔년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88 서울 올림픽에선 매스게임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호주 현지 취재(관련 기사 :
매일 경고받는 한국 '공식' 응원단)를 하며, 2002년 월드컵도 공중파 라디오 방송 스태프로 행사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외국의 시선을 의식해 살림 집을 철거하고 과도한 시설과 허례허식 서비스를 남발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회인지 화를 돋우는 행태들을 수두룩하게 보아왔던 터다. 그래서 저렴하게 준비했다는 이번 올림픽이 맘에 든다.
러시아 소치의1/5라는 소리에 잘한다 싶고 중국 베이징의 1/10이라니 더 좋다.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내 돈 아니라고, 눈 먼 돈이라고 펑펑 쓰는 게 아닌 것 같아서다. 좀 불편하지만 다리 품 좀 팔고 조금 더 추위에 떠는 고생쯤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까닭에 뭔가 불편을 얘기하는 외국인에게 설명을 자원했다.
"지붕 없이 안전을 감안하고 만들었는데도 무려 84억짜리 경기장이야. 관리 비용 때문에 경기 끝나면 모두 철거할 건물인데,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니야? 안 그래?""셔틀을 너무 자주, 촘촘하게 배치하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니? 그러면 납세자인 한국인들이 올림픽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관광객인 우리가 좀 불편하더라도 올림픽파크에서 주차장 가는 셔틀을 타서 거기서 다시 갈아타 경기장 가면 돼. 안 어려워.""맞아, 활강 경기장 슬로프를 남녀가 같이 이용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구. 아름다운 가리왕산 훼손을 최소로 하려는 묘책이라니까, 이해해 줄 수 있지?"이렇게 얘기하면 정상의 사고를 가진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히려 환경 올림픽에 동참하고 현지 주민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게 돼서 기쁘다고 한다. '평화와 착한' 올림픽에 참여한 '착한' 관광객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그리고 말한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그냥 내가 품 좀 들여서 알뜰히 설명해주면 그게 다 우리 세금 굳는 일이다 싶다. 더불어 말이 안 통해 겪을 쓸데없는 오해를 메울 수 있겠다 생각할 뿐이다. 성심껏 설명하면 중학생 정도의 영어로도 충분하다. 목은 좀 아프지만 덕분에 나도 조금 힘 보탰다는 자부심 같을 걸 얻을 수 있다.
내 인생 마지막 동계 올림픽?!일정 때문에 올림픽 초반에 뉴욕으로 돌아오게 돼 너무 아쉽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저렴하고 편하게 직관할 좋은 기회를 놓치니 말이다. 션 화이트, 클로이 김 등 한 자리에서 보드 천재들의 세계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다.
특히나 동계 스포츠는 10대들의 무대다. 미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레드먼드 제라드, 한국말도 유창하게 하는 클로이 김은 모두 2000년생 17살이다. 그들의 솔직하고 서글서글한 매력까지 더해져 미국에서 만나는 틴에이저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평창을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강원도는 화성만큼이나 너무 멀고 비싸다. 그래서 한국 어디에서건 두세 시간만 움직이면 직관할 수 있다는 말에 부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친구들에게 마구 권하고 있다. 인생 두 번 다시 없는 이번 기회를 위해 하루 이틀 투자해 보라고 말이다.
개인 페북에 사진과 함께 개막식 현장 포스팅을 했더니 다들 깜짝 놀란다. 인터넷에선 벌써 매진된 그 귀한 표를 어떻게 구했냐고, 암표냐고, 아는 사람이 있냐고 난리다. 방법은 단순하다. 평창 티켓 판매소에 가 현장 판매분을 문의했을 뿐이다.
굳이 강원도 경기장이 아니어도 된다. 서울시청 지하도 있고 강릉 시청에도 있다. 인천 공항을 비롯해 청량리역, 서울역에서도 구할 수 있다. 그렇게 구해서 꼭 한번이라도 이 역사적인 현장의 주인공이 되셨으면 좋겠다.
긴 설 연휴에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개막식밖에 못 보고 한국을 떠나 온 사람 입장에선 너무 부러운 기회들이 아직 여러분에겐 많이 남아 있다.
창을 녹여서 보습을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 올림픽이 바로 우리 땅 '평창', 그 곳에서 열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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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뉴욕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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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진행자도 '울컥'... 뉴욕에서 즐기는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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