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축협이 건물 안에 붙여놓은 피난안내도. 왼쪽 아래쪽에 ‘계단·복도 등에 물건적치, 비상구 폐쇄 신고는 119’라는 글이 빨간색으로 적혀 있다.
김동근
건물 안에 붙어있는 '피난안내도'에는 이 비상구가 피난동선으로 표시돼 있다. 축협이 피난안내도 아래쪽에 빨간 색으로 적어놓은 '계단·복도 등에 물건적치, 비상구 폐쇄 신고는 119'라는 글이 무색해진다.
축협이 소방시설법에 따라 피난시설 유지·관리 등을 위해 선임한 '소방안전관리자'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이번에 드러났다.
강아무개씨는 "지난 2일께 축협 측에 '소방법 위반'이라고 알렸다. 그렇지만 변한 게 없다"고 꼬집었다. 축협이 최소 10일 이상 배짱영업을 했다는 얘기다.
축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는데, 명절이다 보니까 선물세트를 쌓아놔 본의 아니게 걱정스럽게 해드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명절이 끝나면 철수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예산소방서가 점검을 나왔을 때도 사정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통로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 불상사가 났을 때 통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게 그 전보다 선물세트를 최대한 벽으로 붙여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총리 오면 뭐하나... 예산소방서 '부실점검'또 심각한 것은 예산소방서의 '부실점검'이다.
사망 48명 등 192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이 두 곳은 피난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충격을 줬다.
소방청은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12일 전국 215개 소방서를 동원해 불이 났을 때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판매시설과 다중이용업소의 비상구를 동시점검했다.
"제천·밀양화재에서 가장 문제됐던 피난시설에 대한 안전의식이 부족한 건물 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다.
소방청은 위반행위가 발견되면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하게 처벌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예산소방서도 이날 축협 하나로마트 등 군내 15개 다중이용업소와 판매시설 등의 피난시설을 대상으로 점검을 벌였다.
하지만 다른 대형마트 2곳과 노래방 3곳에선 조치명령과 현장시정이 이뤄진 반면, 축협은 그렇지 않았다. 예산소방서 점검결과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이러면서 다음날인 13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설명절 소방안전대책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에선 추진사항으로 '다중이용시설 비상구 등 피난시설 점검'을 보고하기도 했다.
예산소방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점검은 다중이용업소와 판매시설이 점검대상이었다. 예산축협은 복합건축물이어서 대상은 아니지만, 1층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하나로마트가 있어 안전을 위해 추가로 점검하게 된 것"이라며 "1층 하나로마트를 점검한 뒤 현장에서 옥내소화전 앞에 쌓아놓은 선물세트를 치우도록 하는 등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층이나 지하와 연결되는 비상구 등은 점검대상이 아니었다"며 "밀착관계나 봐주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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