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강제징용 피해자 2세 배동록 어르신
손지연
탐방단이 탄 차량이 기타큐슈로 향했다. 휴가묘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일본에는 세 가지 종류의 묘가 있다. 일본 사람의 묘, 애완동물의 묘, 그리고 조선인의 묘.
'보타이시(폐광석)묘'는 조선인의 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인이 고양이나 개의 묘를 만들 때 쓰는 돌과 비슷한 게 '보타이시'인데, 이걸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묘를 만들었다. 탐방단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기타큐슈의 조그만 마을에서 조선인의 묘, '보타이시묘'를 만났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오지 말라고 당부했으니 조용히 해야 합니다."무덤에 가기 전, 배동록(75) 어르신이 말했다. 기타큐슈로 오면서 기무라 선생과는 작별했다. 배동록 어르신은 강제징용 피해자 2세인 재일동포다.
일본과 한국 사이의 적대감. 귀동냥으로 들을 땐 몰랐는데, 직접 와보니 잔혹한 역사가 낳은 감정의 골은 깊었다. 발소리를 낮추며, 무덤을 찾아 나섰다.
무덤이 아니었다. 이끼 낀 돌부리 서너 개가 모여 있었다. 이건, 무덤도 아니고, 둔턱도 없었다. 누군가 돌부리를 걷어차면, 자국만 남고 사라질 흔적이었다.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상상이 안 됐다. 미리 준비한 한반도기를 돌 옆에 세웠다.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였다.
다음은 '무궁화당'에 갔다. 여긴 일본 규슈 지쿠호 지역의 중심지인 이이즈카시립 국립공원묘지 안에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강제징용 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납골당이 있다.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여기 있던 '아소탄광'에서 일했다. 일본 아소 다로 전 총리 가문이 운영했던 곳이다. 수많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희생된 장소이기도 하다. '아소탄광'은 당시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았다. 여기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갱도에서 사고가 나서, 아파서, 배고파서, 맞아서 죽었다.
죽어서도 인간다운 대접은 없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소탄광의 일본인 관리자는 20살 청년을 죽이고,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시신을 기차가 다니는 선로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동료를 지키려 목숨을 걸고 파업을 하기도 했단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 시멘트를 채굴하고 가공하는 산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배동록 어르신은 여기가 "아소 다로 전 총리 가문 소유의 산"이라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은 아소 가문은 여전히 건재했다.
무궁화당은 재일본대한민국대표(민단)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규슈지역 간부들이 도맡아 가꾸고 있었다. 지역정치인을 설득하고 주민들을 납득시켜 납골당을 세우고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에는 강제징용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회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여길 "작은 통일이 이루어진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조선인 노동자들의 후손은 그렇게 타국에서 서로 힘이 돼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역사 바로 세우는 일
▲지난해 11월 29일 부산소녀상 옆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1인 시위에 나섰다.
손지연
지난 1월 7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흔적을 찾아 떠난 2박 3일간의 일본 역사 탐방이 끝났다. 참담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목숨값으로 재벌이 된 전범 기업은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었다. 지옥도는 유네스코에 산업혁명 유산으로 등록돼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미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다. 부산소녀상 옆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운다.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부산 소녀상 옆 노동자상 건립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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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특별위원회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운동을 합니다. 모금에 참여하고픈 시민들은 부산소녀상 옆 노동자상을 클릭해주세요. 1만 원 이상 모금에 참여하시는 시민은 인명판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단체는 10만 원 이상인 경우 인명판에 이름을 새겨드립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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