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카카오>드레아 더리, 토마스 쉬퍼 지음
자연과생태
초콜릿의 주원료는 카카오다. <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카카오>는 카카오나무와 열매의 식물학적 특징부터 재배와 가공, 유통 과정, 초콜릿 가공의 역사, 카카오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초콜릿 공장에 이르게 된 과정, 현대 초콜릿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폭넓고 깊게 다룬 책이다.
카카오의 학명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가 지은 것이다. 린네는 생물을 '종-속-과-목-강-문-계' 일곱 단위로 분류하는 법을 고안한 사람이다. 카카오의 속명 '테오브로마'는 '신들의 양식'이란 뜻인데 여기엔 린네의 개인적인 감정이 실려 있다.
'(린네는) 자신이 매우 좋아했던 식물에게는 인상적인 이름을 붙였다. 카카오도 이런 식물에 속한다.' (22쪽)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빈은 카카오나무에 열리는 카카오 열매 안에 들어 있다. 이름이 비슷한 코코넛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카카오 열매 크기는 10~30센티미터이며 무게는 300그램에서 1킬로그램까지 나간다. 단단한 껍질을 안에는 아몬드 모양의 씨앗이 20~60개 들어 있다. 씨앗에는 하얀색의 달달한 점액이 붙어 있어 원숭이나 새, 다람쥐와 같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아무런 가공을 거치지 않은 카카오 씨앗에서는 초콜릿 맛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발효와 로스팅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한데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향과 맛과 품질에 큰 차이가 난다.
'발효 기간은 무엇보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이 단계는 카카오 향을 내는 데 중요한 단계이므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너무 오래 발효하면 카카오 특유의 향이 사라지고, 발효기간이 짧으면 원두에서 쓴맛이 난다.' (70쪽)
엄밀히 말해, 초콜릿에는 카카오 원두가 아니라 코코아매스가 들어간다. 코코아매스는 볶은 원두의 껍질을 벗겨 분쇄한 걸쭉한 덩어리이다. 코코아매스를 압착해 추출한 것이 코코아버터, 남은 것을 분말로 만든 것이 코코아분말이다. 이 두 가지에 설탕, 우유 등 첨가물을 넣어 섞으면 초콜릿이 된다. 책에는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초콜릿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책 중반부터 카카오의 기원과 콜롬버스에 의해 유럽에 전해진 과정이 그려진다. 이후 유럽 귀족들이 즐기는 음료로 인기를 끌다가 현대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의 변화도 흥미롭다. 1800년대엔 의사가 환자에게 초콜릿을 각종 치료제의 약으로 처방한 이야기와 초콜릿 광고 변천사도 읽을거리다.
<카카오와 초콜릿 77가지 이야기> (김종수 지음 / 한울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