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외교전' 돌입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오른쪽에서 첫번째 두번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앞줄 맨 오른쪽)가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실은 집안잔치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인 스포츠 대전 이야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온 두 인사,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를 빗대어 지어 본 이야기다. 물론 비유이기에 사실을 빗댄 것이지 사실과 딱 맞는 건 아니다.
세계인의 눈이 집중된 평창 동계올림픽,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 한다. 이 평화 분위기가 남북 간의 대화는 물론 미국과 북한의 대화로도 연결되어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잔치는 뭐니 뭐니 해도 찬물을 끼얹는 맛이지"
아무래도 일본의 아베는 물론 펜스는 더더욱, 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베는 오기 전부터 오느니 안 오느니 하며 우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쩔 수 없이 오긴 했는데 여전히 고자세다. 잔치 분위기 띄우기보다는 찬물 끼얹기에 여념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미국이다.
뉴스를 따라 펜스 부통령의 족적을 그대로 밟아 보면 답은 나온다. 그가 우리나라에 온 것은 동계올림픽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오기 전에 일본부터 갔다. 일본의 아베 총리를 만나 한목소리로 북에 대한 강공을 퍼부었다. 핵무기를 없애기 전에는 대화는커녕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다. 평화 올림픽에 전쟁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런 후에 우리나라에 온 펜스는 북한의 인사들과 동선을 달리해 달라고 주문하더니 김영남과의 만남이 불편했던지 문재인 대통령이 베푸는 리셉션에 지각까지 했다. 그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 애써 정부는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막식에도 늦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늦기는 아베도 마찬 가지였다. 둘이 약속이라도 한 모양새다. 이는 국제적인 결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펜스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와 함께 방한했다. 펜스에게 묻고 싶다.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러 온 건지 찬물을 끼얹으라 온 건지에 대해 말이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참석 전에 탈북자들과 면담을 가지고,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전시관도 둘러보는 등, 일정 자체가 평화올림픽은 염두에 없다. 이번 올림픽 무대를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하는 장으로만 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잔치라지만 정치와는 무관한 국제 스포츠 잔치가 아닌가. 이건 뭐 잔치를 축하하러 온 게 아니고 어떻게 하든지 잔치에 초를 들이붓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 들 정도다. 북한과의 핵문제는 다른 때 풀면 된다. 굳이 평화 올림픽을 치르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우리나라의 동계 올림픽을 그 무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