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자 석방 포스터3.1민주구국선언으로 기소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일본서 제작했따. 김지하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였다.(위에서부터 차례로 함석헌, 문익환, 김대중, 윤보선, 이우정, 안병무, 김지하, 이태영, 정일형, 서남동, 함세웅, 문동환, 이문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검찰은 주모자를 색출하기 위해 낭독자 이우정을 불러 조사에 들어갔지만 납득될 만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낭독용 문건을 붓글씨로 정서한 사람은 문익환의 부인 박용길이고, 주모자로 추정되는 문동환은 아무리 털어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 사건은 문익환이 연루되지 않게 기획돼 있었다.
문익환은 신·구교공동 성서번역위원장이라는 중차대한 임무에 매달린 탓이었다. 계속 주동자를 밝히지 않을 경우 수사의 압박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질 텐데, 내부에 환자가 있었다. 심장이 약한 안병무 박사였다. 문동환은 하는 수 없이 형의 이름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문익환이 피고로 데뷔하기에 딱 적절한 시점이 바로 이때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감옥 안팎에서 펼쳐진 역전극유신정권은 3.1민주구국선언을 빌미로 정부에 비판적인 전·현직 정치인과 종교인, 지식인등 민주화운동의 핵심들을 제거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했다. 선언 직후, 잡아간 구속자 전원을 한 달이 지나도록 가족 면회도 시키지 않고, 재판이 시작된 후에도 방청권을 제한하는 등 인권 유린도 서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