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회 안내를 받기 위해 시청각 장애인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조현대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필자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아 자주 영화를 보곤 한다. 이 날은 활동 보조인과 함께 영화 <신과 함께>를 관람했다. 영화를 이해할 수 없는 필자는 활동보조인에게 지금 영화가 어떤 상황인지를 자주 물어봐야 했다. 이외에도 배우의 표정은 어떤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주 물어봤다.
CG 효과가 많은 영화라 시각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였다.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등 '7지옥'의 단계별로 영화는 상영됐다. 그 중 첫 번째 살인지옥의 경우 시각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필자는 관람 도중 활동보조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옆 사람들이 방해를 받을까 걱정돼 그럴 수 없었다. 세 번째 '거짓 지옥'이 나올 무렵, 옆 사람이 "너무 시끄럽다"며 "떠들지 말라"고 했다. 활동보조인이 필자가 시각장애인이라 설명을 하느라 그랬다고 자초지종을 말하자 그는 "예"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활동보조인이 영화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돈을 내고 관람을 하러 온 옆 관객에게 본의 아니게 영화 관람을 방해하게 돼 너무 미안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는 1627편이지만 그 중 배리어프리 영화는 단 29편에 불과하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청각 장애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장애인 관람데이는 시간과 영화 종류가 제한적이다. 화요일 19시대, 목요일 14시대, 토요일 10시대의 영화만을 관람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시간에 맞춰서 영화를 관람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 외에 다른 때에는 영화를 감상할 수 없다.
앞으로 배리어프리 영화가 확대되고 좀 더 많은 영화가 제작된다면 시각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함께 가서 편하게 영화를 볼 것이다. 또,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매우 좋아해 혼자 영화관을 찾는다 해도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화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조속히 오기를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은 기다리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시청각 장애인 4명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이 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제작업자나 배급업자를 통해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받은 경우 화면해설 영화를 제공해야 한다. 이제 하루빨리 시청각 장애인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으면 한다. 원하는 어떤 영화든 비장애인과 함께 또는 혼자서도 마음껏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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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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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장막 없앤 배리어프리 영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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