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자연과생태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것한테 둘러싸이면서 살아간다고 할 만합니다. 겉보기로는 반들반들하거나 눈부시지만, 살짝 손을 거치면 어느새 빛을 잃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이 잔뜩 있어요. 바로 '살림'하고 '쓰레기' 사이에 있는 숱한 물건입니다.
가게마다 반들반들하거나 눈부신 상자나 비닐로 덮인 물건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이 물건을 돈을 치러서 장만할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새것이면서 살림이라 할 수 있는데, 겉을 벗겨 알맹이를 쓰거나 누리거나 먹거나 하면, 어느새 모든 껍데기는 쓰레기가 됩니다.
빵이나 과자를 담은 비닐이나 종이상자 모두 껍데기만 있으면 쓰레기예요. 마실거리를 담은 팩이나 깡통도 껍데기만 있으면 쓰레기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무기 수요가 줄어들자 알루미늄은 남아돌게 되었다. 알루미늄 생산회사와 제품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장개척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고, 만능 금속인 알루미늄을 새로운 시장개척에 폭넓게 적용하려 했다." (44쪽)
<알루미늄의 역사>(자연과생태 펴냄)라는 책을 곰곰이 읽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아주 쉽고 흔하게 쓰는 '알루미늄'이 무엇인가를 알아야겠다고 여겼습니다. 언제부터 알루미늄을 살림에 썼고, 알루미늄을 얻어서 누리자면 어떤 길을 거쳐야 하며, 알루미늄을 쓰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는가를 알아야지 싶어요. '만능 금속'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 쇠붙이가 우리 곁에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보크사이트 재고량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 보크사이트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나치는 점령 지역을 무자비하게 수탈한다. 여기서 프랑스는 독일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나라였다." (226∼227쪽)
"채굴방법은 어쩔 수 없이 많은 양의 폐기물을 부수적으로 발생시킨다. 농경지건 숲이건 상관없이 이 원료가 매장된 층 윗부분에 있는 모든 것을 먼저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 보크사이트 채굴은 대형 굴착기와 트럭을 이용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엄청난 양의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들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노천채굴을 위해서는 파낸 흙을 실어 나를 효율적인 교통인프라가 필요하다." (268∼269쪽)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비닐자루나 깡통이 굴러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속이 꽉 찬 먹을거리나 마실거리였을 테지만, 먹거나 마신 사람이 가볍게 버린 탓에 여기저기에서 구릅니다. 빈 껍데기, 이른바 쓰레기를 집까지 가져가서 알맞게 나누어 한길에 내놓는 손길이 널리 퍼지기는 했습니다만, 그냥 아무 곳에나 버리는 손길도 꽤 많습니다.
쓰레기통이 있다 하더라도 종이랑 알루미늄이랑 쇠랑 플라스틱이랑 비닐이랑 병을 차곡차곡 갈라서 놓도록 마련하는 일은 드뭅니다. 더욱이 이렇게 갈라 놓았어도 아무 데나 엉성하게 집어던지는 사람이 많아요. '재활용 분류 쓰레기통' 앞에 설 적마다 아이들이 언제나 묻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아무 데나 버려? 여기는 병이라고 적혔는데 왜 여기에 플라스틱을 버리는 사람이 있어? 여기는 플라스틱이라고 적혔는데 왜 여기에 병을 버리는 사람이 있어?"아이들이 묻는 말에 대꾸하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한글을 읽을 줄 몰라 아무 데나 넣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지요. 참말로 한글을 못 읽어서 아무 데나 넣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마 재활용 분류 쓰레기통 앞에 서더라도 글씨를 안 쳐다보고서 그냥 집어던진 뒤에 돌아서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