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에 대통령이 다녀가다주 4일 출근하며 나의 책 2권을 썼고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홍창욱
내게 무릉외갓집은 일하며 배울 수 있고 육아까지 겸할 수 있는 '신의 직장'이었다.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매달 혹은 매주 소비자 회원에게 배송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이고 흔치 않은 일이다. 전국에 100여 개가 넘는 사업체들이 있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는 곳은 많지 않다.
지자체에서, 기업에서, 다양한 조직에서 시도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포기한 곳이 대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다양한 농산물을 한 상자에 담아서 배송해야 하고, 농산물 선택은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 생산조직이 맡는다. 무릉외갓집은 2009년부터 매달 회원제 농산물 배송 서비스만 해오다 최근에야 인근 영어교육도시 외국인 선생님들께 매주 배송 서비스를 확대했다.
좋게 보자면 우직하고 달리보자면 정해진 일만 해오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음을 굳히지 못했을 때 대산농촌재단 유럽농업연수를 떠났다. 보름간의 일정이었지만 전국의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농업인 선배들을 만났고 나는 부모님이 평생 해오던 농업 일을 내 평생의 업으로 삼기를 결심했다.
'허드렛일'로 스스로를 폄하하기도 하고 이 일을 과연 내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고심도 했지만 농업만큼 미래가 밝고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이 가능한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뜻은 세웠는데 농업 분야의 어떤 일을 할까가 또 다시 고민이었다.
소자본으로 가능한 양봉업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는데 지역에는 양봉 농가의 숫자에 비해 밀원이 부족했다. 양봉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았다. 직장을 다니며 창업을 병행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의지는 줄어들었다. 한 해가 지나자 새로운 분야와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