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재개발지구2018년 2월, 아직도 사람이 사는 흔적이 있다.
김민수
길고양이를 위시하여, 좁은 골목길 보도블록 사이에서 피어나던 초록 생명이며, 화분에서 피어나던 생명과 쥐 같은 혐오감을 주는 것들도 이젠 다 떠나야만 한다. 초록 생명은 이미 입춘이 지났으니 올해에도 어찌 되었건 피어나겠지만, 제 수명을 기약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런 곳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반질거리도록 쇠 수세미가 할퀸 흔적을 간직한 양은 냄비와 버킷과 다 녹슬어버린 연탄 화덕, 그리고 방과 이어진 부엌을 파고든 햇살 한 줌. 차라리 꿈이었으면 마음이 덜 아플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