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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지기로 일하는 이병호 님은 <내가 사랑한 백제>(다산초당 펴냄)라는 책을 쓰면서 이 땅에 있던 백제라는 나라하고 얽힌 옛이야기를 풀어낸 길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책은 백제 유물이나 역사 이야기만 다루지 않습니다. 전시관장이나 글쓴이가 전남 순천 낙안마을에서 보낸 어린 날 이야기를 비롯해서, 학문길을 걸은 나날, 학예사 일을 하며 새롭게 배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발자취를 살피니 '낙안민속마을'은 나라에서 1983년에 문화재 마을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해에 이르기 앞서까지는 그저 깊은 시골자락이었고 마냥 조용한 곳이었다지요.
나라에서 왜 그곳을 민속마을로 삼았는지 속내를 알 길은 없습니다만, 1986·1988년에 두 가지 큰 운동경기를 치를 셈으로 미리 관광마을로 삼으려고도 했을 텐데요, 흙길이 아스팔트길로 갑작스레 바뀐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앞으로 전시관장이 될 어린 시골아이' 마음에 어떤 싹이 하나 텄구나 싶어요.
문화란, 삶이란, 역사란, 사람이란, 여기에 마을이란 무엇인가 하는 궁금한 마음이 생겼으리라 봅니다.
"백제 유물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보통 세련되고 귀족적이며 우아하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백제 유물들을 전시했을 때 그러한 평가를 할 만한 것은 오직 사비기밖에 없다. 서울 풍납토성이나 석촌동고분에서 출토된 토기나 금속공예품, 공주 무령왕릉을 제외한 웅진기의 유물들은 그러한 미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73쪽)
"하나의 절터에서 나온 유물이지만 미술사학계에서는 불상이나 도자기에만 관심을 갖고, 고고학계에서는 토기나 기와에만 관심을 기울였으며, 건축사학계에서는 기단 등 건물터만 분석하는 경향이 있었다."(133쪽)
글쓴이는 우리 옛 발자취를 더듬는 길을 걸으면서 백제하고 얽힌 유물이나 자료나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한 모습을 낱낱이 느낍니다. 아마 백제만 이러하지 않겠지요. 고구려도 가야도 이와 같을 테고, 발해나 부여도 이와 같지 싶어요. 더 앞선 발자취를 놓고는 더 아무런 실마리가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