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공연에서 관객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력을 주는 이들 고부(姑婦)는 공연장에서 늘 주목을 받는다.
서치식
아빠 호위 받으며 3년간 클럽 누빈 며느리 이숙현(39, 며느리)은 대학생이 되어 클럽을 다니기 시작했다. 춤을 추며 너무 행복해하는 막내딸의 모습에 아버지께서 초저녁에 클럽에 데려다 주고 문 닫는 시간인 새벽에 다시 태우러 오셨다고 한다.
밤새도록 춤을 추느라 기진맥진해 흠뻑 땀에 젖은 채 클럽을 나올 때 느끼는 충만한 행복감은 기다려주던 아빠로 인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무려 3년여를 그렇게 클럽을 누비고 다녔다 하니 이 역시 춤바람 난 춤꾼 아닌가?
고부(姑婦)로 만난 두 춤꾼이 각자 즐기던 춤이 너무 달라 시어머니로부터 처음 기접놀이 참여를 권유 받았을 때는 완곡하게 거절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빠른 비트의 춤에 익숙한 그녀가 낯선 농악 가락에 어울리는 춤을 춘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곡히 거듭되는 시어머니의 청을 차마 거절 할 수 없어 "그럼 예선전인 전라북도 대회까지만 하겠다"며 며느리도 기접놀이에 발을 들이게 된다.
백중 정기공연, 전주한옥마을 길놀이로 실전감각을 익혔는데 두 아이의 엄마로 입시학원 강사를 하는 며느리는 늘 바빠서 전력 질주하듯 달려야 가까스로 공연에 도착하곤 해 모든 단원들의 가슴을 졸이곤 했다.
고부(姑婦)가 단원으로 참여하니 7살, 5살 어린 두 아이는 남편이 연습 내내 도맡아야 했다. 자영업자인 그는 주말에도 일이 있는지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며느린 늘 그렇게 달려야 가까스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어머니의 강권에 못 이겨 억지로 참여하던 며느리는 공연 시간에 맞추기 위한 이 '필사의 질주'를 통해 기접놀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할머니와 엄마가 열심히 기접놀이를 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자연스레 밥그릇 등을 두드리기도 하고 춤사위를 따라 하며 놀기 시작하더란다. 춤추는 게 너무도 행복했던 그녀를 늘 응원해주던 아빠와 같은 부모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춤추는 엄마를 좋다고 따라하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주저 없이 기접놀이 춤판으로 이끌었다.
'춤바람 난 3대' 탄생과 전주기접놀이의 미래 그렇게 해서 박리예나, 박태산 남매가 지난해 9월 5일 전주시 정동마을에서 열린 백중 정기공연에 정식으로 출연해, 전주기접놀이에 역사적인 '춤바람 난 삼대(三代)단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장대비 속에서 펼쳐진 이날 공연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시연을 겸했는데 이들 삼대의 참여로 기접놀이는 실제 전승(傳承)되는 민속임을 강하게 부각시켰다는 대내외의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전주기접놀이 '3대' 단원들은 2017년 9월 22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58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초청공연(전 대회 우승팀 초청)에도 출연하는 등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