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 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화협 제공
- 새해 들어 남북관계가 훈풍을 맞이 합니다. 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부터 지난주 여자 아이스하키팀 구성까지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셨어요?"김 위원장 신년사에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잘 풀어나가겠다는 얘기가 나올 것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예상이 되어왔던 일인데 신년사 내용이라든지 그 후의 우리 측과 협상한 북한 측 대표단의 태도 등을 볼 때 상당히 전향적이어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후 단일팀 구성이나 한반도기 사용에 대해 남측에서 갈등이 있었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이번에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상황이 작년 가을 상황보다 더 어렵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걸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원래 올림픽 유치 자체를 단일팀을 구성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올림픽'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 거예요. 그래서 IOC 측이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는 당연히 응해야 했죠. 사실 단일팀 문제는 IOC 측이 더 적극적이었어요. 발표가 늦어진 것도 IOC 측의 세부적인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 발표하지 말아 달라는 청이 있어서죠. 정부의 홍보가 국민에게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전부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건 온당치 않아요."
- 그러나 문제가 여자 아이스하키는 팀플레이잖아요. 20일 안에 팀워크가 맞아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어요. 단일팀 구성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너무 촉박해서 이번에는 공동 입장만 하고 단일팀은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잘 구성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는데."그것도 일리있는 의견이긴 합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가 출전권을 얻은 것도 개최국이라서 나온 것이고 개최국이 된 것도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단일팀 구성 등을 내세우면서 평화 올림픽을 하겠다고 여야가 법도 만들고 결의안도 내어 따낸 것인데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할 명분이 없죠. 그리고 단일팀 구성하자는 얘기는 7~8개월 전에도 했었는데 북측에서 답이 없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나왔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거예요. 너무 시간을 두지 못하고 준비했다는 건 사실인데 우리가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많았죠.
또 평화 올림픽을 내세워서 국제사회가 배려를 해준 거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북에 대해서도 비슷한 배려를 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이번에 모양새 좋게 잘 해서 국제적으로 남북한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큰 성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말 핵무기 완성했다고 했잖아요. 핵 개발이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에 대화로 나오는 걸까요?"그렇게 볼 수도 있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북한은 자기들이 오래전 세운 계획대로 차근차근 밟아온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미국과 북한 간 지난 20년 사이 몇 번의 합의가 있었지만 그게 다 깨졌잖아요. 그중 어떤 건 미국 잘못도 있고 어떤 건 북한 잘못도 있어요. 하지만 북측은 자기들의 힘이 없어서 제대로 협상이 안 됐고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결국 핵을 확실하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려놓고 협상을 해야 미국 측이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겠죠.
그리고 금년이 북한 정권 수립과 인민군 창건 70주년 되는 해예요. 그동안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쳤잖아요, 핵은 완성했다고 선언했으니 그러면 경제 문제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 미국이 북핵을 인정할까요?"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북미가 모든 것을 다 논의할 수 있다는 자세로 조건 없이 대화와 협상에 임하는 것이에요. 중요한 것은 한국 측이 중간에서 확실한 중재자 역할을 해서 북한 측도 '한국 측이 나서니 일이 풀리는구나' 미국 측도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능력이 있구나'란 인상을 받게 해야 우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그럼 이번에 김 위원장이 대화로 나온 건 문재인 정부 노력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들은 계획대로 했을 뿐인가요?"어느 한 가지만을 얘기할 수는 없죠. 복합적이에요. 특히 지난번 대통령이 평창 방문 때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군사훈련 연기를 언급하신 것은 그 당시 미국과 합의가 완전히 안 끝난 것이었는데 우리 쪽에서 명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강하게 치고 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했는데."일단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을 보고 느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도자로 보이기 위해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지만 전쟁을 하거나 고립시켜서 붕괴시키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고 둘 다 위험한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진 않아요. 결국, 그쪽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죠. 마침 북한이 그렇게 나오니 국내정치적으로 자신이 이익을 보기 위해 '내가 그동안 압박을 해와서 북이 저렇게 나온 것'이라고 생색을 내는 거죠. 어차피 자기들이 이 문제를 풀어낼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 남북한이 서로 방법을 찾아보라고 시간을 준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 중에 대북 강경파들이 많기 때문에 남북 대화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듯한 투의 말을 해오거든요. 그래서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얼마 안 남은 기간에 적극적으로 긴장 완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죠.
저는 북이나 한국, 미국이 체면과 명분을 세우면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묘안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근데 북측에서 2월 8일 열병식 한다는 얘기도 있고 어제(1월 29일) 금강산 공연을 취소했다는 얘기도 있아요. 제가 북쪽에 말하고 싶은 건 정말 북쪽에서 얘기하는 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를 진정으로 원하고 한국, 미국 강경파의 세력과 적대적 공생을 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런 세력에게 빌미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어요. 왜냐면 서로 상대편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정치를 이용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한반도에서 계속해 나간다면 그것은 공생이 아니라 나중에는 공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 대화 지지 발언으로 난감해졌는데."그렇죠.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관계 분열 얘기에 대해 '내가 대통령 하는 이상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일축해버리니 이제는 한미관계 균열 같은 이야기는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쪽으로 각도를 돌리는 거죠. '한반도기만 쓰게 되고 태극기와 애국가는 어디에서도 안 보이고 안 들릴 것'이라는 거짓 선전을 하고 평소에는 관심도 안 가지고 외면하던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에 대해서 마치 그들의 인권침해를 걱정하는 듯한 얘기를 하려는 것도 그걸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죠. 만약 그들이 정권 잡고 있을 때 북측이 단일팀 제안을 했다면 아마 올림픽 성공을 위해 쌍수를 들어 환영했을 겁니다."
"옳은 방향이라면, 지지율 신경쓰지 말고 담대하게 나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