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어부의 아들> 책
오진웅
'납북', 자기 뜻과 상관없이 북한에 납치되어 갔다는 말이다. 한국 전쟁 당시 많은 납북자가 발생했다. 전쟁 후에도 북과 맞닿은 지역 어부들은 조업 중에 우연히 휴전선을 넘거나 휴전선을 넘은 북측에 의해 납북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휴전 이후 발생한 납북자들은 북의 선전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일부는 우여곡절 끝에 되돌아오기도 했다. 납북되었다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돌아온 이들을 기다린 건 북의 지령을 받은 '이중간첩', '빨갱이'라는 의심과 고문이었다. 군사 독재 정권 아래에서 경찰은 납북 피해자들을 감시하며 간첩이라는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
납북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무고하게 수감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아버지가 수감된 동안 아이들은 편모슬하에서 간첩 자식이라는 냉대와 의심을 받으며 온갖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납북 어부의 아들>은 여수 한 외딴 섬에서 납북 피해를 당했던 아버지를 둔 저자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기자로 우뚝 서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오마이뉴스> 심명남 시민기자 이야기다.
저자는 <오마이뉴스> 창간기념일 상인 2월 22일상, 세월호 특별 보도상, 6.4지방선거보도 특별상, 거북선보도 특종상 등 각종 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작년에는 으뜸과 오름 기사 100개 이상을 쓰고 으뜸상을 수상하여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한 번도 아빠라는 호칭을 불러보지 못한 아버지 이야기를 싣는다"고 밝힌 저자에게 아버지는 원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 아버지는 평생 섬에서 생업에 종사했지만 납북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경찰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했다. 어린 저자를 업고 면회를 갔던 어머니의 회상은 고문기술자들이 활개 치던 군사독재 시절이 어떠했음을 알게 해 준다.
"다들 정보 직원들에게 안 죽을 만큼 맞고 전기고문도 당했어. 그런 일 있고나서 느그 아부지는 몸서리난다며 북한 얘기는 말술이 돼도 절대 말을 안 해. 죽을 때까지 안 하드만. 오죽했으면 북쪽을 보고는 오줌도 안 싼다고 그랬겠냐." -22쪽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납북자 가족임을 스스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간 당했던 기억 때문에 그렇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차가운 시선들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를 일인데, 납북자의 아들이라고 고백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저자 심명남 기자는 그 어려운 일을 해 냈다. 어쩌면 그런 용기가 있었기에 지역사회 문제에 파고드는 근성 있는 기자가 되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