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원숭이 대상 배출가스 실험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뉴욕타임스
독일 폴크스바겐과 관련한 한 연구소에서 살아 있는 원숭이와 사람을 대상으로 디젤 배출가스 실험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 기사). 한 달간 남성 19명과 여성 6명, 그리고 원숭이 10마리를 대상으로 배출가스를 흡입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실험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실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폴크스바겐 CEO 마티아싀 뮐러는 실험에 대한 책임자를 정직 처분했다고 전했다.
인간들의 위험부담을 동물이 떠안아야 하나 최초로 우주로 떠난 생명체였던 라이카에 대한 진실이 지난 2002년에서야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서로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이때 소련이 먼저 우주선을 쏘아 보내며 그 안에 포유동물인 개를 태웠다. 소련에서는 포유류를 최초로 우주로 보냈다는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당시엔 그 우주선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기술은 없었다. 즉, 라이카는 우주에서 홀로 죽어갈 것이라는 뜻이었다.
소련에서는 "라이카가 일주일은 살아 있을 것이며, 일주일간 먹을 식량이 떨어지면 독약 주사로 안락사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과학자였던 드미트리 말라센코프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스푸트니크 2호에는 엄청난 고열과 소음이 발생했고, 그 안에서 라이카는 쇼크사했다"고 한다. 당시 소련에서는 라이카를 우주여행의 개척자처럼 자랑스레 칭송했지만 라이카는 뜨거운 열기와 공포에 발버둥치다가 죽어갔던 것이다. 결국 라이카는 인간의 욕심과 불완전한 기술의 희생양이었다.
물론 인간들의 기술 발전 과정에 동물을 실험체로 사용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인체를 탐구하기 위한 동물 해부가 이루어졌고, 오랫동안 인간들은 동물을 마치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대체품처럼 여겼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은 윤리적인 가책과 법적인 제제를 받았으나, '생명의 무게가 적은 동물'로 실험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당연하다는 듯 이어져 왔다.
이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며, 인간은 스스로보다 하등한 생명을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힘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말 동물은 인간의 발전을 위해 소모되어도 되는 존재일까.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진다. 그중 판관이 "목숨의 무게를 어떻게 잰단 말인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이 동물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일까. 인간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동물 실험은 과연 아직도 꼭 필요한 것일까.